고어 전 부통령이 2004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한 것은 민주당을 위해 잘한 일이다. 그가 물러남으로써 민주당은 불행한 과거의 부담없이 미래의 길을 모색할 수가 있게 되었다. 거기에 트렌트 로트가 배워야할 교훈이 있다.
백악관 관리들은 공개적으로 고어가 다시 출마하기를 바랐다. 민주당이 지금 로트가 상원 원내총무직을 고수하기를 열렬히 바라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고어는 2004년 대선에서 민주당 지명을 당당히 요구할 만한 위치에 있다. 워싱턴 밖의 민주당 유권자들은 일찌감치 고어를 2004년 후보감으로 생각하고 있던 터다. 그를 필적한 만한 인물도 별로 없으려니와 지난 선거에서 언론이 공화당측 주장대로 너무 그에게 적대적이었던 데 대한 분노의 찌꺼기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어는 이를 넘어서 보다 큰 그림을 보았다. 자신의 개인적 야망 보다는 그의 당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본 것이다. CBS의 ‘60분’에 출연해서 그는 자신이 출마한다면 선거가 다시 부시와 자신의 재대결이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초점이 어쩔 수 없이 과거에 맞춰지게 된다고 밝혔다. 당연히 미래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선거가 과거 문제에 발이 묶여 있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고, 지난 일을 또 끄집어 내어 싸우게 되면 민주당내에 생길 피로감을 그는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트렌트 로트는 어떤가. 연방상원 원내총무직은 말썽이 터지기 이전에 얻은 직책이고 공화당이 자신의 지휘하에 상원을 성공적으로 장악해왔으며 자신을 대신해 그 자리를 맡을 만한 상대도 없다는 식이다. 아울러 그는 그 자신도 정적과 언론의 무자비한 깍아내리기의 피해자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로트의 이번 발언은 인종차별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60년대와 70년대 남부 전략에서 그가 한번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공화당과 이 나라에 상기시켜주는 것이다. 알 고어는 역사의 이익을 생각하며 한 옆으로 물러나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트렌트 로트도 그런 제스처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데이빗 브로더/워싱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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