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미군 장갑차에 치어 숨진 두명의 여중생을 추모하는 촛불시위가 LA에서 이틀쩨 계속됐다.
같은 시각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대규모 추모행사가 열리는 등 전국 57개 지역에서 수많은 국민들이 여중생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했다. LA 촛불 시위 장소에는 장갑차에 깔려 납작하게 눌린 여중생 2명의 처참한 시신을 담은 사진이 전시돼 이를 본 타인종 행인들도 부시에게 보내는 관계자 처벌 및 한미주둔군협정(SOFA) 개정을 촉구하는 진정서에 서명하는 등 애도 행렬에 동참했다.
집채만한 장갑차 한 대가 지나기도 벅찬 한국의 좁은 도로를 장갑차 2대가 교차 주행하는 와중에서 생일잔치에 가던 여중생 2명이 깔려 죽은 것이다.
아직도 전쟁의 위협 속에 탱크등 군용 중장비의 이동 장면을 수시로 보고 살아야 하는 한국의 현실이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깝기만 했다. 굉음을 내며 지나는 대형 탱크 모습이 낯설지 않은 기자도 촛불시위 현장에 전시된 사진을 보며 가슴 한구석에서 치밀어 오르는 약소국의 비애를 억누르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번 촛불 시위에서의 진정한 의미가 퇴색하고 있었음을 지적해 주고 싶다. 비명에 간 여중생을 추모하는 분위기에서 반미등 정치적 이슈로의 확대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사고는 책임자 문책과 부시 행정부의 대 한국민 사과, SOFA 개정 등 현안 문제에만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날 시위에 동참했던 한 한인 여성이 슬그머니 시위 행렬을 빠져나가며 “잘못 온 것 같네”고 던진 말 한마디의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사고를 보는 한국과 미국의 법적 시각도 차이가 있다. 교통 사고를 내고 사람을 죽이면 과실치사로 실형을 살아야 하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는 한 구속이나 형사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사람을 치어 죽여도 고의가 아니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일명 급작스레 닥친 ‘사고’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잘못해도 ‘It’s accident’이라고 항변하면 나무라기 어려운 곳이 미국이다. 여중생들의 장갑차 압사 사건이 단순 사고임을 믿고 싶다.
비명에 간 여학생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고 사건 재발을 위한 노력은 높이 사고 싶다. 하지만 반미 감정으로 확대되고 미군 철수등의 정치적 이슈가 담긴다면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의 광범위한 동참을 얻어내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김 정 섭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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