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승자와 패자… LA·한국 표정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박빙의 선거였다. 때문에 승자의 기쁨은 더욱 컸고 패자는 아쉬움이 더욱 깊을 수밖에 없었다. ‘변화’와 ‘새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염원은 승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됐다. 온 국민이 TV앞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던 19일 역사적인 순간들, 한국과 LA의 개표실황 스케치를 모았다.
◎…”너무나 기쁘고 가슴이 벅차 뭐라 말하기조차 힘들다. 초상집에서 잔치집으로 옮겨온 기분이다.” ‘노무현 후보 당선 확실’ 자막이 방송된 새벽 5시. JJ 그랜드호텔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던 30여명의 노무현 후보 지지연합회원들은 흥분과 환호성으로 순식간에 축제마당으로 돌변. 지지자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발을 구르며 ‘노무현’ ‘노무현’을 연호했고 미리 준비한 샴페인을 터트리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 노 후보 지지연합회 측은 즉석 기자회견을 갖고 “원칙과 소신으로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 당선자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대통령, 화해와 통합을 이루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는 축하메시지를 발표했다.
◎…LA노사모 회원 10여명도 이날 밤 10시부터 한인타운내 회원 아파트에 모여 개표실황을 지켜봤다. 이들은 개표시작 전부터 노무현 후보가 득표율 2% 차이로 당선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피력하며 맥주 잔을 돌리며 그동안의 활동을 되새겼다. 이들은 노무현 후보 당선 유력 보도가 나오자 아파트 천정이 무너질 것 같은 고함을 지르고 “시민 혁명이 드디어 성공했다”며 열광. 이들은 이날 오후 한인타운 한 노래방에서 다시 모여 뒤풀이를 하며 노 후보 당선을 축하.
◎…부산이 고향이라는 전기석씨는 “집에서 개표방송을 듣다 도저히 집에 앉아 있을 수가 없어 후원회 모임장소까지 나오게됐다”고 말했고 무역업에 종사한다는 50대의 김희준씨는 “친구와 함께 소주 한 잔을 걸치고 왔다.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면서 “노후보의 당선은 모든 한국 사람에게 감동을 줄 것”이라며 감격해했다.
◎…LA한인타운 옥스포드 팔레스 호텔에 모여 약 1시간 동안 초조하게 개표상황을 지켜보던 남가주 이회창 후보 후원회 관계자 10여명은 53% 개표가 완료된 19일 새벽 5시( LA시간)께 이 후보의 패색이 짙어지자 침통한 표정으로 일제히 호텔을 빠져나갔다. 조익현 이회창 후원회 회장은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큰 표차로 뒤져 결국 대권을 놓쳤다”고 나름대로 패인을 분석하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국민화합을 도모하는데 역점을 두는 정치를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광화문 네거리 심야축제
◎…노무현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앞은 축제의 장으로 변모했다. 당사 앞에 모인 1,000여명의 지지자들은 노 후보 로고송을 부르며 ‘노무현’을 외쳤고 자정이 훨씬 넘도록 서로 어깨를 붙들고 흥겹게 춤을 추는 등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또 당사 안에서는 당관계자들이 환한 표정으로 서로에게 축하를 건네고 박수를 치는 등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광화문 사거리에서는 노 후보 지지자 2,000여명이 모여 대형 전광판을 생방송되는 개표상황을 지켜보며 응원전을 펼쳤다. 대부분 노사모 회원인 이들은 노랑색 풍선을 들고 나와 ‘노무현’을 외쳤고 밤 9시를 넘으면서 앞서 나가기 시작하자 이들이 질러대는 함성은 종각지역에서도 들릴 정도로 대단했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지지자들은 이번 대선에서도 결국 두 아들의 병역문제가 발목을 잡았다고 한탄했다. 한 관계자는 병역기피 의혹이 유권자들의 가슴에 선명히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결하는데 실패한 것이 숨은 패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9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이 가장 중시한 것은 후보의 정직성과 도덕성이었다.
<서울=황성락 특파원, 김경원·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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