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트 랏(Trent Lott)는 연방상원 다수당(공화당)의 리더(원내 총무) 자리를 사임해야 한다. 문제는 그가 어떤 당을 이끌어 갈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정치 지도자로서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다는 데 있다..."
이 것은 워싱턴 포스트 논설 그룹의 일원인 칼럼니스트 찰스 크로스머(Charles Krauthammer)가 랏 의원의 실언에 대해 논평한 글의 첫 머리이다. (12월 13일 The Charlotte
Observer 인용) 도대체 랏의 어떤 말이 말썽인가? 지난 12월 5일 사우스 캐럴라이나 주 출신 원로 상원의원 스트롬 덜먼드의 1백회 생일 축하연에서 그가 행한 연설의 일부분 때문이다. 내용은 이렇다.
“… 스트롬 덜먼드가 (1948년) 대통령 선거전에 나갔을 때 우리 미시시피 주는 그를 지지했습니다. 만약 이 나라가 우리 주의 리드를 따랐더라면, 그 동안 이 나라의 많은 문제들은 없었을 것입니다..."
덜먼드 의원의 배경과 관련하여 이 말을 해석하면, 철저한 인종분리주의자(segregationist)인 이 상원의원이 대통령이 되었더라면, 미국은 여전히 흑백분리의 (좋은?) 나라이고 인종문제는 전혀 없었을 것이라는 뜻이 된다.
공개 석상에서 의미도 분명하게 밝혀버린 그의 얘기는, 비록 원로 선배 의원을 칭송하다 보니 나왔다 하더라도, 오늘의 미국 현실과 미국의 사회 정의 및 인간 평등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다.
여론이 그를 질타했다. 금방 그는 실수라고 사과했다. 부시 대통령까지 공식 석상에서 랏의 말을 비난하고서, 그가 이미 잘못을 사과했으니 인간적인 실수로 용서하고 덮어 버리자고 했다. 그러나 여론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그는 또 두 번째로 공식 사과까지 했다. 일부에서는 상원 원내 총무 자리뿐만 아니라, 상원의원직까지 내 놓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랏이 과연 얼마나 위기를 잘 극복하고 정치 생명을 제대로 이어갈지 의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생각나는 것은 카터 정권 초기 (1977년)에 농산부 장관이었던 얼 벗츠(Earl Butts)가 실언으로 몇 달만에 장관 자리를 물러난 사건이다. 지방 시찰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가던 비행기 안에서 그가 수행기자들과 농담을 한 것이, 통상적으로 비보도(off the record)였어야 했는데도, 짓꿎은(?) AP 기자가 그대로 보도해버린 것이었다. 흑인과 관련된 그의 시니칼한 언급은 이런 것이었다(필자의 기억).
“흑인들은 따뜻한 날씨를 좋아하고, 헐렁한 신발을 좋아하고, 그리고 xx한 oo를 좋아한다."
하여튼, 이러한 정치인들의 실언(?)은 단순한 인간적 실수로만 끝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인종 관련 실언들이 자기도 모르게 그가 가지고 있는 어떤 보이지 않는 태도 또는 기본 철학 등을 그대로 내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기의 기본 생각을 그대로 공개해버리면 이 세상의 갈등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또 이 지도자들의 실수에서 우리들도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 미국에 살면서 (물론 다른 곳에 살더라도) 일상적인 인간 관계에서는, 특히 공적인 자리에서 세 가지에 대해서는 가능한 대로 말을 하지 않거나 이야기를 단정적으로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그 첫째는 종교에 대한 이야기이고, 둘째는 정치 문제, 특히 정당이나 특정 후보에 대한 것이고, 셋째는 인종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그 이유는 상세한 설명이 없어도, 현명한 독자들이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애팔래치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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