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눈이 많이 내렸고 오늘은 흐리다. 내일은 맑게 개였으면… 며칠 전에는 비가 와서 종일 질척거렸다.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등고선이다. 남은 날이 더 짧아져 가기 때문일까. 이즈음엔 하늘을 자주 보게 된다. 비가 안 와도 걱정, 너무 많이 와도 걱정,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겸허함도 참을성도 정직한 버팀이 되어주지 못 한다.
신열과 오한이 기약 없이 찾아오고 기쁨과 좌절도 수없이 반복된다. 메마르고 허무해서 견딜 수 없어진다. 긴 밤을 들고양이처럼 기웃거리다 깊은 호흡을 뱉는다. 수없이 하얗게 밤을 밀어보낸다. 턱을 고이고 뜨락을 내다본다.
하루를 보내버린 지친 장미 모습이 눈에 뜨인다. 갱년기는 시들어 가는 장미같다. 바람이 빠져나간 빈 뜨락의 장미는 더 붉다. 결국에는 시들은 꽃잎 다 풀어져 흩어질 것을. 겹겹이 싸여있는 꽃잎 안으로만 삭이기엔 너무 뜨거운 열정. 마음도 함께 열어보려는 고운 시도인 듯. 꽃잎은 조금씩 열려지고자 파르르 몸을 떨고 있다.
먼 이국에서 보낸 세월로 하여 가시는 감출 순 없지만 마지막 향기를 짙게 토해내고 있다. 너무 진한 꽃향기에 노을이 잠기지 못하고 서성인다. 노을과 함께 걸어온 길 이제사 돌아보니 외길이었다. 옆도 뒤도 보지 않고 달려온 외길, 쉬지않고 뛰어온 길 쉬지 못해 달려온 길, 턱에 닿은 숨길 다독거리며 둘러본다.
바람같이 가버린 발자국들이 밤을 지샌 별들이랑 이웃하고 있다. 새벽 여명으로 한 숨도 지침도 노을 곁으로 스러져 버리고 하루를 깨우는 맑은 새소리에 어제처럼 비우고 닦으며 갱년기를 지혜롭게 딛고 일어서려는 의지로 또 하루를 발돋음한다.
노년의 길목에 서서 비켜가지 못하는 갱년기. 맑은 한숨소리. 그래 씨앗을 심자. 감사의 씨앗을. 물주고 기도하며 고운 마무리를 위해. 남은 날이 더 짧기는 하지만 햇볕 바른 창가에 화분을 놓자. 넉넉한 별빛도 만날 수 있는 나의 창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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