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의 스트레스가 고조에 달하는 연말연시다. 아이들이 방학하면서 학교가 맡아주던 낮 시간을 고스란히 책임지려니 특히 직장에 나가는 주부들은 학원이나 캠프 같은 새 환경에 맡겨진 아이의 안전과 비용, 라이드 문제로 골이 지끈거린다. 진 빼기는 전업주부들도 마찬가지여서 온종일 아이들과 붙어있다 보면 게임과 공부를 사이에 두고 밀고 당기는 전쟁을 하루에도 열두 번씩 치른다.
어디 주부들의 할 일이 그 뿐인가. 연말로 분주한 남편 챙기랴, 선물 준비하랴, 명절 지내랴, 게다가 얼굴도장 찍어야 할 모임도 한두 군데 있기 마련이어서 그야 말로 ‘씹던 껌 뱉을 시간도 없이’ 몇 일 남지 않은 연말을 홀랑 보내 버리기 십상이다.
최근 미산부인과 학회는 전국 25∼55세 여성 4명중 1명이 체중 증가와 성욕저하, 우울, 피로를 동시에 겪는 신체·정신적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며 바쁜 생활양식이 스트레스와 조급성을 낳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 원인을 분석했다.
‘바쁜여성증후군’(HWS: Hurried Woman Syndrome)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신종질환은 직장 일과 가사를 병행하는 여성에게 뿐 아니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독신 여성과 전업주부들에게 도 흔히 나타난단다.
엄마와 아내, 며느리, 여자친구에게 까지 다양한 역할을 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 겹겹이 쌓인 스트레스가 뇌의 화학작용까지 건드린 결과다.
스트레스에 대해 반응하는 방식도 테스토스테론을 다량 분비하며 성적으로 적극적이 되는 남성과 달리 여성들은 옥시토신을 분비해 성욕이 줄고 심장질환과 비만, 식이장애 등의 위험을 높인다는 학계의 설명이다.
새벽부터 엿을 고아 강정을 만들고, 뽑아온 가래떡을 썰고, 사람이 들어앉을 만큼 커다란 그릇에 소를 담아 만두 빚고, 전 지지고, 지단 부치고, 사골 고느라 땅거미 내리던 우리 어머니들의 세밑 풍경과 사뭇 다르긴 해도 쉴 새 없고 몸 축나기는 마찬가진 것 같다.
가족이 갑자기 아프거나 하는 등의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 스트레스는 생활을 단순화하고 일의 우선 순위를 정해 조직화함으로써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새해를 일주일 남겨둔 성탄절. 한해를 돌아보며 감사의 마음을 만끽하자. 또 자신에게 기대하는 것과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조용히 자문해 보자. 불필요한 일들을 과감히 줄이는 슬기가 필요한 때다. 유난히 꿈틀대던 경제와 대이라크 전쟁설, 중간선거, 한국의 대선 등 다사다난했던 세밑을 무사히 지내며 아슬아슬 다 건넌 개울 끝에 꼬리적시는 어린 여우 꼴 되지 않도록.
김 상 경
<특집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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