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물 팔리는 DC 가게, 주민들이 살리기 나서
"비록 가게 문을 닫아야 하지만 마음이 따뜻한 이웃이 있어 슬프지 않습니다."
새해를 하루 앞둔 지난 12월30일 리스 기간 만료로 83년 역사의 가게문을 닫게된 한인 상점 주인과의 작별을 아쉬워 하며 미국인 고객들이 조촐하지만 정성어린 송별회를 마련, 주위를 훈훈하게 했다.
워싱턴 DC 북쪽 코네티컷 애비뉴에 위치한 ‘브로드 브랜치 마켓(5608 Broad Branch R d.)’을 지난 1995년부터 운영해온 방형근씨. 당시 가게를 사면서 5년간 리스 계약을 했던 방씨는 건물주가 건물과 대지를 총 70만달러에매각키로 결정하자 건물 자체를 매입하려 했지만 협상에 실패, 장사를 그만둬야할 처지가 됐다.
방씨 부부와의 작별을 아쉬워하며 송별회를 연 주민들은 "방씨 부부가 지난 7년간 형제 자매처럼 친절하기 그지 없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며 "이들이 어디에 가든 잊지 못할 것"이라고 작별을 슬퍼했다. 또 주민들은 이곳 저곳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고 아이들에게 상점의 유래를 설명해 주기도 했으며 방씨 부부를 껴안으며 석별의 정을 나눴다.
할머니가 이 건물에서 처음 상점문을 열었다는 엘렌 반드로프씨는 "할머니 손 때가 묻은 상점이 없어진다고 하니 너무 서운해 가게도 둘러보고 방씨와 작별하기 위해 송별회에 왔다"며 "방씨 부부는 주민들의 정다운 친구였다"고 말했다.
80년대부터 이곳을 이용했다는 앨런 유스티스씨는 "이 상점만이 제공하던 독특한 물건들을 더 이상 살 수 없게 됐다"고 서운해 하며 "이 곳은 지역 주민들에게 상점 이상의 특별한 장소였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 주민들은 건물 매각을 반대하고 나서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지난 1919년 처음 문을 열 때부터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브로드 브랜치 마켓’ 건물이 헐리고 이곳에 다른 빌딩이 들어설지 모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민들은 150여명의 이름이 담긴 탄원서까지 지역 정부에 제출하며 역사적인 유래가 있는 상점 살리기에 나섰다.
주민들만의 힘으로 50여만달러의 펀드를 만들어 한인 건물주로부터 가게를 매입하려 했지만 성사가 안됐다.
이 상점을 역사적 보존물로 지정하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는 주민들은 건물이 매각되더라도 헐리지는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방영순씨는 "우리야 나가도 할 수 없지만 주민이 그렇게 원하는데 굳이 가게 문을 닫게 만들려는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며 "주민들에게 한인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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