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퍼레이드는 화려하게 끝났지만 이민 100주년 기념꽃차를 출품하는 과정에서 한인축제위원회 총대회장 토머스 정씨와 주위 몇몇 사람이 보여준 독선과 무례함, 그리고 실종된 역사의식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이들의 어이없는 언행은 몇 달 전부터 싹을 보였다. 이민 100년사를 빛낸 인물을 뽑아달라고 해서 한인사회 각계 인사로 선정위원회를 구성, 어렵게 인물들을 선정했더니 ‘자리가 비었으니 2명 더 뽑아내라’는 것이었다. 이민사적 인물을 뽑는 일을 애들 장난으로 알았단 말인가.
정씨의 수족 역할을 했던 사람도 생각이 짧기는 마찬가지였다. 로즈퍼레이드를 불과 일주일 남짓 앞두고는 불쑥 전화를 걸어와 ‘새미 리 박사는 운동복 입으라고 하고, 문대양 대법원장과 태미 유 판사는 법복 가져오라고 하고, 박찬호는 유니폼 입으라고 하고...’ 단체 일에 경험이 없고 세상물정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내뱉는 말 족족 기가 막혔다.
약속과 규정은 무시하고 꽃차에 타기 위한 일념으로 발버둥친 아이들은 철이 없어 그렇다고 치자. 언론사 눈치보느라 우왕좌왕한 사람들은 줏대가 없어 그 모양이라고 치자. 또 퍼레이드를 이틀 앞두고 영문 보도자료 하나 준비하지 못한 것은 조직력이 없어 그랬다고 치자. 하지만 이민 100년사와 조국의 명예를 빛낸 인물들에게 참가해줘서 고맙다는 인사 한번 제대로 하지 않은 정씨의 행동은 정말 그가 역사의식을 갖고 이민기념사업에 뛰어든 사람인지를 의심케 했다.
돈 10만달러 냈다고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이 한 개인의 것이 될 수는 없다. 정씨는 돈을 벌어 사업가로는 성공했을지 모르나 역사적인 사업을 이끌어 가는 커뮤니티 단체장으로는 실패했다는 평가다. 그가 말했던 소신과 형평의 원칙은 장밋빛으로 가장한 옹고집이요, 독선이었다. 그는 개인적 실패가 이민기념사업의 실패를 초래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조용히 물러나야 한다.
만약 내놓은 돈이 아까워 감투에 연연한다면 또 다른 문제가 일어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민기념사업회는 이제라도 다시 태어나야 한다.
하 천 식<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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