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전 그랜드 마켓 안에 개업…이전 후 미국인이 주고객
“활명수·이명래 고약 찾는 한인 많았지요”
미주 한인이민 100주년인 올해 시애틀 한인이민 역사도 환갑을 맞지만 시애틀-타코마 한인 이민사와 관련된 사진자료나 통계자료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것이 없다.
신호범 주 상원의원· 이익환 한인 이민사 편찬위원장· 김형찬 웨스턴 워싱턴 대학 교수 좌담회 및 한인 1.5~2세 좌담회 등 본보가 마련했던 이민사 관련 신년 특집에 이어 각계 이민 파이오니어들을 만나 그 당시의 얘기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그린 레이크 앞 라베나 Blvd 서쪽 끝에 위치한 박약국 안에 는 고색창연한‘Prescription’사인판이 걸려 있다. 주인 박정일씨(56)가 80년 레이크 시티웨이 그랜드 식품점 내에 약국을 개업할 당시 처음 걸었던 것이다.
워싱턴주 최초의 한인 약국인 박약국은 16년전 현 위치로 옮겨왔는데 그동
안 활명수·이명래 고약 등 미국 약국서는 구할 수 없는 한인 가정상비약까지 구비해 놓고 한인들의 건강에 일조 해왔다.
처방전 없이 약을 달라고 떼쓰는 한인들이 많아 애를 먹긴 했지만 당시 가장 컸던 그랜드 식품점을 찾는 한인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박씨는 회상했다.
특히 약국 주위엔 마약사범들이 들끓어 밤새 지붕을 뚫고 들어온 도둑에 털린 적도 있다는 박씨는 당시 그랜드 식품점 건너편에 있던 김스 오토(주인 김청작) 근처 미국인 약방 주인도 총에 맞아 피살됐다고 말했다.
그랜드 식품점 주인이던 백웅기씨 집안과는 그 당시 인연으로 지금까지 자녀들도 한집안 식구처럼 왕래하고 있다고 박씨는 귀띔했다.
박 부동산을 운영하는 남편 박제성씨가 유학 오면서 72년 함께 도미, 약사 면허를 취득해 타코마 재향 군인병원서 파트타임 일을 했던 박씨는 현재와는 달리 옛날에는 약사 면허를 따도 취업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영업 약국을 차렸지만 지금은 코스트코나 라이트 에이드 등 대형 약국들이 늘어나 영세 약국들이 생존을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약국은 옛날에는 70%이상이 현찰 손님이었으나 지금은 그 반대인데다 메디케이드 환자도 많이 줄어 약조제 판매 외에 UPS와 메일박스, 기프트 샵도 겸하고 있다.
현 위치 상 90%가 미국인 고객인 박 약국은 몇 년전부터 주변에 아파트와 콘도 신축 붐이 일어 다행히 손님이 조금씩 늘고 있다.
한인들이 의사보다 약사들에게 소소한 문제를 상담해와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하나 나름대로 보람을 느끼며 일한다는 박씨는 교통편이 없는 한인 노인들을 위해 노인아파트까지 약을 배달해 주곤 한다.
<김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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