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묵 단편집 ‘우리들의 초상화’ 출판기념회
신천지를 향해 떠나온 이민자(移民者)들의 삶의 빛깔은 뭔가.
동포작가 이영묵은 징그럽게도 우리들의 몰락과 우울한 상처만을 암회색으로 그려냈다.
이민자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그린 그의 단편소설집‘우리들의 초상화’ 출판기념회가 5일 저녁 한성옥에서 열렸다. 설화가 핀 야경의 안쪽에서는 부인 우봉자 여사등 가족과 지우(知友)들의 따뜻한 시선이 노작가에 쏟아졌다. 이씨가 재무를 맡은 이민 1백주년 워싱턴기념사업회의 박윤수 회장, 최제창 고문, 이도영 고문, 정세권 수석 부회장, 백순 부회장도 주최자로 참석했다. 김혜일 메릴랜드 한인회장, 김옥필 리치몬드한인회장, 송재성 워싱턴 체육회장, 손목자 나라사랑어머니회 전국회장, 조은옥 가정상담소장 등 단체장들도 눈길을 달려왔다.
박윤수 회장의 표현처럼‘키가 껑충하고 도무지 소설을 쓸 것 같지 않은 작가는 1941년생. 경기고와 서울대를 다녔으며 79년 이민, 섬유나 식품 도매업에 종사해왔다. 작품집은 소설과 거리가 먼 노익의 생애에 스스로 바친 화갑문집인 셈이다.
헌걸찬 외모대로“스케줄에 구애없이 무작정 떠나는 여행을 사랑하고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술을 곁들여 떠들어대는 것을 좋아하는" 이씨는 단편집에서는 도박과 마약, 매춘, 권총강도… 같은 무애의 지경과 담을 쌓은 소재로 이민 1세들이 맞닥뜨려온 현실의 어두움을 밝혀낸다.
도박꾼/재수없던 날/뛰는 놈위에 나는 놈/ 미8군 사단장/ 라이벌/ 정글에 뛰어들어/복숭아 과수원으로 가는 길.
7편의 단편은 각기 미려하고 정치한 문학성보다는 르포 형식의 묘사, 체험적 리얼리티를 가미해 읽는 이의 호흡을 가쁘게 한다.
행사장에서, 폭설로 주(州)의 경계를 미처 넘지 못한 윤학재 워싱턴 문인회장은“1세들이 이처럼 진흙탕 속에서 딩굴었다면 2세들은 연꽃으로 피워낼 것"이라는 희망을 축사로 담았다.
단편의 주인공들처럼 수퍼마켓, 리쿼스토아를 운영하는 독자들은 독후감 발표를 통해 자신들의 밀궁(密宮)을 까발리려한 잠입자의 폭로에 공감의 진저리를 쳤다.
말미에 작가는“작고 견고한 성에 갇힌 우리들의 마음을 떠나보내고 서로를 사랑하고 마음을 열어야한다는 소망이 글힘이 됐다"고 진심을 드러냈다.
그러니 등에 새긴 문신같은 이민자의 과거를 그가 세상 밖으로 노출시킨 건 반면교사의 안배. 부끄러움의 자화상을 비로소 들여다보고서야 이민의 후일사를 아름다운 빛깔로 채색할 수 있다는 역설인 셈이다.
▲책 구입문의 703-931-8885.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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