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유월 전세계를 뜨겁게 흥분시켰던 월드컵 대회에서 한국은 예상치 못했던 선전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자랑스러웠던 점은 축구를 둘러싼 국제기구와 기업들의 상업주의, 선수들의 지나친 승부욕과 배금주의에 물든 현대축구에 우리 선수들이 국가의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정정당당한 스포츠맨십과 순수한 체육정신의 원형질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세계의 많은 언론과 축구인들도 대표선수로서 국가의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우리 선수들의 순수한 태도와 경기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칭찬하였다.
약간 거리가 있는 얘기일지는 모르나 기업경영에도 비슷한 소식이 들리고 있다.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으로 기업의 부침이 더욱 급속히 이루어지는 요즈음 역설적으로 윤리경영에 대한 각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1월 하순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선진국간 경제계 인사들의 모임인 세계경제포럼(WEF)의 주제도 ‘신뢰 구축’(Building Trust)으로 정해졌다고 한다.
이러한 주제 설정의 배경에는 물론 지난 해 미국을 중심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기업의 신뢰성 상실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다시 말하면, 기업들이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지 않고는 가라앉은 투자심리와 경기를 살려내기 어렵다는 위기 인식이 깔려있는 것이다.
지난해 엔론, 월드컴 등 미국의 거대기업들이 회계분식으로 대규모의 파산 사태를 불러옴으로써 투자자들은 물론 전세계 경기 회복에도 큰 피해를 입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스캔들을 통해 기업인들은 눈속임 경영의 폐해를 너무나 절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속임수는 단기적으로 약간의 이익을 가져올지 모르나 길게 볼 때에는 오히려 큰 손실이 된다는 것이다.
실례로, 1989년 3월 알래스카 발데즈 항에서 좌초한 엑슨 발데즈호의 원유 유출사건은 기업의 궁극적 번영을 위해 경영윤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엑슨社가 발데 즈 항에 유조선 접안부두를 건설할 당시 주민들은 유조선 사고로 인한 해양오염 사태를 우려하여 부두 건설을 반대하였다.
주민들을 무마하기 위해 엑슨社가 선택한 방법은 좌초사고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희석하는 여론조작과 지역개발 약속이었다. 엑슨社가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데 주요한 배경이 된 것이 ‘비용문제’였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실제 해양오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엑슨社가 입은 손실의 규모는 사고의 예방조치에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비용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1천만 갤런 이상의 원유가 바다에 쏟아진 후 해안 청소를 위해서만 엑슨社가 책임져야 했던 금액은 35억 달러에 달했고, 이후 원유운송 업계에 가해진 법적 규제강화로 인한 추가비용에다 기업이미지 실추로 인한 무형의 피해까지 포함하면 엑슨社의 손실은 추정이 어려울 정도였다.
최근의 연이은 대형 스캔들의 교훈인지, 경영윤리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인식도 새로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우호적인 경영환경을 만드는 데 있어 종전의 경우 기업이미지 미화를 위한 홍보활동에 주력했다고 한다면, 최근에는 그러한 치장과 분식의 수준을 벗어나 경영이념 자체 에 기업활동의 윤리와 신뢰성 회복,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요소를 삽입하는 등 높아져 가는 주변의 기대에 따라가야 한다는 각성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점들을 생각할 때, 흔히 ‘듣기좋은 말씀’으로만 치부되고 실속은 없는 것으로 여겨져 왔던 기업윤리의 숨겨진 가치가 완전히 회복되고 기업활동의 반사회적 요소가 최소화되는 바람직한 날이 조만간 오게 되리라는 희망도 가져보게 된다. 물론 이것은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정도를 지키는 기업만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사회구조가 마련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고, 그 전제로서 기업활동과 사회 메카니즘의 투명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이러한 기업의 윤리경영 움직임은 우리 한인들의 사업과 이민생활에도 적지 않게 참고할 교훈이 될 것 같다. 동포들이 비즈니스 활동에 있어 정확하고 투명한 회계관리는 물론, 커뮤니티에 대한 기부와 자원봉사 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한다면 미국 사회에서의 지위와 발언권이 더욱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보다 우호적인 사업환경을 조성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한국 금융감독원 과장, UNC Charlotte MBA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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