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범 지음 / 김영사 펴냄
역사속으로 떠나는 여행은 항상 즐겁다. 선조들이 지나간 발자취를 더듬어 보는 작업은 가벼운 흥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적당한 상상력이 보태지면 그 여행은 더욱 신이 난다.
최근 독서시장의 트렌드를 살펴보면 인문적인 책읽기가 날로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 ‘한권으로 읽는 조선실록’ 같은 책들이 반짝 베스트셀러의 단계를 지나 스테디 셀러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 반증이다.
인문서적들은 지적인 호기심을 자극한다. 문학보다 감동은 덜할지 몰라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시켜주는 고리로서 끊임없이 뇌를 자극한다. 그래서 좋은 인문서적들은 책을 잡고 있는 손끝에서부터 머리까지 한 회로로 연결한 듯한 짜릿한 느낌까지 준다.
최근 인문서적으로는 드물게 많이 팔리고 있는 서울대 천문학과 박창범교수의 ‘하늘에 새긴 우리역사’도 지적 호기심 많은 이들에게는 대단한 재미와 자극을 안겨줄 책이라 생각된다. 저자는 프린스턴대에서 ‘우주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천문학자이다. 서양 천문학을 전공한 학자로서 박교수는 그동안 역사학계가 별로 관심을 기울여 오지 않은 고천문학과 천문역사학 연구에 뛰어 든다.
이 책은 지난 10년동안 한국사의 수수께끼를 천문학의 관점에서 접근 분석한 박교수의 학문적 노력의 성과이다. 역사서의 기술에만 의존해야 하는 이유로 그 신빙성에 의문이 적지 않았던 고역사 연구에 천문학을 적용해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내고 있다.
수천년전 선조들이 바라본 별과 우리가 쳐다보는 밤하늘의 별들은 같다. 사람의 기록은 첨삭과 왜곡이 있을수 있지만 천체의 움직임에는 거짓과 오류가 없다. 이런 사실에 착안해 박교수는 ‘단기고사’나 ‘삼국사기’ 같은 역사서에 언급돼 있는 천문현상들을 컴퓨터에 입력해 사실여부를 가려내는 방법으로 책의 신빙성을 측정했다.
놀라운 것은 이런 현상들이 거의 대부분 정말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학계 일부, 특히 일본학자들은 우리 역사서의 천문현상에 대해 중국사서를 베낀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해 왔다. 그런데 박교수는 우리 역사서의 천문현상 실제 발생률이 중국 역사서의 그것보다 오히려 훨씬 높음을 과학적으로 밝혀냈다. 그리고는 “단군조선을 기록한 한단고기와 단기고사는 허구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더 놀라운 결론은 “컴퓨터로 분석한 결과 삼국시대 천문관찰이 중국대륙에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인데 이것은 삼국의 땅이 한반도에만 국한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기존 역사설명에 익숙한 이들로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면이 있다. 그렇지만 “천체 현상의 과학적인 분석에 근거를 뒀다”는 박교수의 주장은 당당하고 자신만만하기만 하다.
이 주장의 타당성을 검증하는데는 좀 더 많은 역사학적 과학적 연구가 뒤따라야 되겠지만 우리 선조들의 천문학 수준과 탐구심에 대해서는 정말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다. 역사서에 나타나는 태양흑점 관찰기록만 해도 갈릴레오보다 1,000여년이나 앞서고 있다. 박교수는 이 책에서 왜 자부심을 가져도 되는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해 나가고 있다.
박교수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광대무변한 우주보다 더 큰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티끌처럼 미미한 존재이지만 동시에 무한한 우주를 품을수 있을만큼 큰 마음을 가진 인간. 그래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하늘 관찰보다 더 힘든것인지도 모르겠다.
조윤성 기자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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