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민 지음 마음산책 펴냄
책속에서 삶의 길 찾았던 우리 선조들
책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돼보자는 뜻에서 ‘북카페’를 개업한지도 벌써 1년반이 되어간다. 그러나 유익한 독서의 길잡이가 되기보다 오히려 편식성 책읽기를 조장하고 소화불량성 독서의 원인이나 제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극히 저어되기도 한다.
책은 정말 좋은 친구이다. 그리고 책속에는 삶의 길이 있다. 그러나 책의 소중함은 현대의 우리들 보다 옛 선조들이 더욱 절절했던 것 같다. 책 한권한권이 너무나 귀했고 그래서 여러번 반복해 읽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삶의 귀한 교훈을 얻을수 있었다.
알베르토 망구엘의 ‘독서의 역사’를 보면 중세 유럽에서는 책을 반드시 소리내 읽었다고 한다. 눈으로만 읽는 묵독은 요사스런 것으로 여겨졌으며 경전을 읽을 때 그 신성함을 유지하려면 문장의 가락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입을 크게 벌려 소리내 읽어야 한다고 믿었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책장에 쓰인 죽어있던 단어들이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올라 의미화 된다고 여겼다. 우리 조상들도 물론 소리내 책을 읽었다.
그러나 이제는 단아한 자세로 앉아 책을 읽어내려가는 낭랑한 목소리는 더 이상 듣기 힘들게 됐다. 시대의 흐름탓이겠지만 이런 변화속에서 책을 대하는 마음가짐 또한 달라졌음을 보게된다.
한양대학교 정민교수가 펴낸 ‘책읽는 소리’는 우리 선조들에게 책이란 어떤 존재였고 의미였는지를 많은 일화와 옛글들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선조들의 독서의 목적은 지혜를 얻는데 있었지 지식의 획득에 있지 않았다. 세상을 읽는 안목과 통찰력이 모두 독서에서 나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들이 읽었던 책이라고 해 봐야 몇권되지 않았음을 상기시키고 “그 몇권의 책이 그들의 삶을 결정했다”고 적고 있다.
요즘은 온갖 책들이 홍수처럼 넘쳐나지만 인쇄술등의 이유로 옛날사람들이 접할수 있는 책에는 한계가 있었다. 뉴욕타임스 선데이판에 실리는 정보량이 계몽주의 시대 지식인들이 평생 접할수 있었던 정보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비유는 이런 사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들은 그 몇권의 책을 수도 없이 되풀이해 읽으면서 매달렸다. 그리고 보석같은 지혜를 건져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세상에는 인간을 다루는 방법에 관한 책만 있고, 인간에 관한 책은 없다”고 통탄했는데 결국 문제는 얼마나 읽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어떤 자세로 읽느냐가 아닐까. ‘풍요속의 빈곤’은 책읽기에서도 나타나는것 같다.
이 책에 실린 ‘선인들의 독서론’이라는 글속에는 독서를 왜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독서가 산 독서인지 등에 관해 여러 선비가 밝힌 생각들이 담겨 있다. 그 가운데 유계라는 선비가 한 말을 들어보자.
“오직 책만은 부귀나 빈천 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한 권을 읽으면 한 권의 보탬이 있고 하루를 보면 하루의 유익이 있다. 이 인생이 배우지 않음이 한 가지 애석한 일이고 오늘 하루를 등한히 지나보냄이 두 번째 가석한 일이다.”
선조들의 책을 대하던 태도를 접하다 보니 책 한권한권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런만큼 책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는데도 한층 조심스러워진다.
조윤성 기자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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