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한 드라마가 방송사의 ‘드라마 금연 선포’에 발목이 잡혔다.
KBS가 금연 선포를 하기 전인 지난 해 9월 촬영을 끝낸 KBS TV 문학관 <누구나 마음 속의 강물은 흐른다>(연출 장기오)에 흡연 장면이 많이 삽입돼 ‘긴급 처방’을 취하지 않고서는 방송이 어렵게 됐다.
이 드라마는 공지영 작가의 소설 <길>을 원작으로, 평생을 방송사 카메라 감독으로 살아 온 한 남자(전무송)가 명예퇴직을 하고, 아내와 가을 단풍 속으로 여행을 가는 등 한 남자의 인생을 들여다본 드라마.
극중 주인공인 전무송은 직장을 떠난 허탈함에 담배를 한 대 물고, 학생 운동에 열심이던 아들이 죽자 이 슬픔을 담배로 달랜다.
또 학교 선생이던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자 역시 담배를 피운다. 이렇게 여러 장면에서 흡연 장면이 나오자 KBS는 일단 방송 보류를 결정했다.
이에 재촬영이 불가피한 상태로 배경이 가을이어서 문제가 심각해졌다. 결국 제작진은 나뭇잎이 돋아나는 5월에 재촬영을 해서 나뭇잎 색깔을 특수영상으로 처리하고 몇몇 장면은 상황 설정을 바꾸기로 했다.
KBS에 뒤따라 금연선언을 한 SBS는 처음엔 담배 피우는 장면이 불가피한 경우 모자이크 처리했지만, 최근 SBS TV 미니시리즈 <올인>에서는 카지노에서 담배 피우는 장면이 불가피하자 자막 처리로 양해를 구한 뒤 그대로 흡연 장면을 내보냈다.
KBS의 한 PD는 “드라마 전개 상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대사 없이 감정 처리가 매끄럽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몇몇 연기자들은 금연 선언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KBS는 재 촬영하는 수고를 감내하고서라도 올해부터는 드라마에서 담배 피우는 장면은 내보내지 않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공영방송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다.
이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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