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사건이 미국에서, 그것도 한인 최대 밀집지역인 LA에서 벌어졌다. 미시민권자 한인이 북한 정보기관의 조종을 받아 국가기밀 취득을 위한 활동을 해온 혐의로 연방 수사당국에 체포돼 전격 기소된 것이다. 과거 한국서 종종 발표됐던 간첩검거 사태를 방불케 한다.
체포 기소된 한인은 예정웅씨로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7년 동안 예씨를 면밀히 추적, 그동안 직접 북한을 방문하거나 제3국을 통하는 방법 등을 통해 북한 정보기관과 접촉하면서 북한에 정보 보고를 해온 사실을 포착해 체포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예씨는 북한측으로부터 돈을 받아왔고 자신의 첩보활동을 도울 대상자 포섭에 나서 포섭된 한인들의 북한 방문을 주선한 혐의도 받고 있다.
연방수사국 발표에 따르면 예씨는 영어구사 능력이 있는 1.5세들을 주 대상으로 포섭해 미국 정부기관이나 언론사 등에 취업시켜 정보를 빼내도록 했고 포섭자 중 일부는 북한에 정기적인 정보 보고를 해왔다는 것이다.
충격적이다. 동시에 적지 않은 시사점도 던져주고 있다. 그 타이밍 때문이다. 이라크 전쟁이 임박했고 미국과 북한 관계가 날로 악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예씨 체포가 이루어졌다. 그래서 혹시 전쟁 분위기에서 흔히 있는 ‘희생양’이 아닌가 하는 시각을 일각에서는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충격적이라는 게 적절한 표현 같다. FBI가 7년이란 긴 세월동안 집요하게 추적해 왔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다. 또 예씨는 이민생활이 오래됐고 한인사회에 얼굴이 비교적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리고 FBI의 수사발표 과정에서 드러난 이런 저런 사실들은 미주 한인사회에 북한 공작원의 침투는 광범위하게 이루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자아내고 있다. 이 점에서 특히 충격적이다. 동시에 경각심도 불러일으킨다.
한국을 바라보는 미국사회의 시각은 결코 곱지 않다. 한국에서는 반미주의가 확산돼 왔다. 북한의 핵위협 뉴스는 하루가 멀다고 보도된다. ‘한국’이라는 단어에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한국계 미시민권자’가 북한 공작원 노릇을 했다는 보도가 터졌다.
우려되는 것은 이로 인해 확산될 수 있는 반(反)한 분위기다. 잇단 촛불시위, 핵위기 등으로 미국 내에서 그렇지 않아도 반한의 목소리는 커질 소지가 많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예씨 사건은 예상 밖의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것이다.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동시에 북한 침투에 대해 한인사회는 스스로 경각심을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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