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와 정몽준 의원이 지난 주말 하루 간격으로 베이지역에 왔다.
두 분은 앞으로 1년간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특임연구원’자격으로 머물 예정이라고 한다.
벌써부터 한인사회엔 두 분의 스탠포드대 체류가 화제다.
한 분은 야당 대통령 후보로 ‘질 수 없는 선거’에서 통한의 패배를 한 분이고, 다른 한 분은 그의 낙선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분이다.
이미 지난 일이 돼 버렸지만 두 분 모두 감회가 없을 수 없을 것이다. 대선 때의 악연도 악연이려니와, 어쩌다 대선 후 같은 처지가 되어 하필이면 넓디넓은 미국에서도 한 캠퍼스에서 조우하게 됐는지.
그들을 맞는 북가주 한인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잘 왔다"고 환영하는 사람들도 있고, "관심 없다"는 무반응도 있으며, "하필이면 이곳으로 오냐"는 거부 반응도 들린다.
좋든 싫든 그들을 바라보는 한인들의 마음은 그리 편치 않다.
잘 돼서 온 것도 아니고, 대선 후 ‘정치적 피난’을 온 것이고 보면 남의 일이지만 즐거울 수 없는 것이다.
기자는 두 분의 베이지역 체류를 환영도 거부도 하지 않는다. 이런 식의 ‘외유’가 있어야 하는 한국의 정치 현실에 대한 착잡함만 있을 뿐이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대통령 선거에 패하면 장기외유를 떠나는 것이 상례였다. 선거 패배에 따른 충격에 잠시 머리를 식히러 하는 그런 여행이 결코 아니다.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사생결단의 선거가 되다 보니, 선거 뒤에는 한국에 있고 싶어도 있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당장 ‘승자’ 측의 정치적 보복을 염려해야 하고, 주변 사람들도 ‘패자’를 조용히 지내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이런 저런 이유로 패자는 승자에 대한 ‘예의(?)’차원에서, 혹시 있을 지도 모르는 ‘괘씸죄’를 피하기 위해 다목적으로 외유 길에 오른다.
그러니 그 분들이 1년 간 연구활동을 한다지만 하면 얼마나 하겠는가. 그것은 외유를 위한 대외적 명분이고 머무는 동안 상처받은 심신을 위무하고 재충전할 수 있다면 족한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참신한 대통령을 뽑았다고 해서 이제 이런 식의 외유는 없어지나 했었다. 그러나 어쩌라. 아직은 너무 성급한 기대인 것을.
이제 선거는 지난 일이다. 버스 지나고 난 후 손들어 봐야 세워주지 않는다. 조용히 쉬고 가겠다는 분들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러나 본국에서의 비중을 감안하면 두 분은 이곳에서도 보통사람들처럼 조용히 지내지 만은 못할 것이다. 한국에서 오는 손님도 적지 않을 것이고, 미국에 사는 사람들의 방문도 적지는 않을 것이다.
그 와중에 베이지역 한인사회는 본의 아니게 이런 저런 ‘얘기’의 진원지가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제2의 박지원’을 기대하며 그분들을 찾을 발 빠른 한인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안 봐도 훤하다. 이번 기회에 그들과 어떻게든 인연을 맺어 ‘훗날’을 기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불가피하게 이런 저런 ‘소란’을 바라보아야 하는 한인들은 당혹스러울 때가 많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곳 한인사회가 각자 지지하는 사람에 따라 분열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대선 결과에 대한 만족과 불만이 아직 한인들 사이에 ‘정서적 대립’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너무 야박한 말 같지만 두 분도 앞으로 이곳에 체류하는 동안 이런 점을 감안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엇보다 한인들 스스로 지나치고 불필요한 관심을 자제했으면 한다. ‘생업’에도 바쁜데 그저 그 분들이 조용히 지내다 무난히 돌아가면 족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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