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존재이유는 관객 때문입니다" 80년대 후반 대중음악과 클래식음악의 벽 허물기 운동을 통해 관객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던 이 시대의 아방가르드 예술인 박인수(서울대) 교수가 18일 저녁 링컨센터 머킨 콘서트 홀에서 흥겨운 성악 한마당(?)을 꾸몄다.
박 교수와 제자들이 함께 한 이날 음악회는 격의 없는 편안한 무대로 큰 호평을 받았다. "연습한대로 해야지... 아까 2절 빼 먹었잖아, 다시 2절부터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고...’" 연주 홀이 아닌 음악대학 연습실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질 만큼 자연스러운 무대였다.
그는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을 듣고 바라만 보는 수용자적 존재가 아닌 음악회의 주인공이 되도록 이끌었다. 나아가 ‘나는 노래하고 당신은 듣고’가 아닌 관객들과 연주자가 하나되는 새로운 개념의 한마당 축제를 그려내었다. 최근 유럽 예술계를 풍미하고 있는 새로운 개념의 현대미학이 ‘축제’임을 볼 때 이날 공연은 현대 공연문화의 코드를 엿볼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
다.
그러나 이처럼 의미 있는 공연도 여기 저기에서 울려대는 셀폰 소음에는 대책이 없었다. 또한 시도 때도 없이 공연장을 들락거리는 어린아이들 때문에 짜증스러운 분위기가 돼버렸다. 이는 분명 관객들의 책임이다. 아무리 격의 없는 편안한 연주회라 할지라도 연주자가 연주를 하는 동안 자리를 뜨는 것은 연주자에 대한 결례이며 다른 관객에게도 큰 방해가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공연장 에티켓은 문화인이라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 아닌가.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클래식의 벽을 넘어 크로스 오버의 형태로 관객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수준높은 음악성에 흥미까지 겸비한 공연이 인기를 끌고, 장르를 초월한 다양한 음악들이 연주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으나 관객들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음악은 관객과의 호흡을 통해 완성된다"는 박 교수의 말처럼 연주자와 함께 우리시대, 우리문화를 창조해내는 책임감 있는 관객들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이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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