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코로 한몫 벌고 오스카 상복까지
니콜 키드만 ‘세월’서 긴 코 달고 호연
호세 퍼러는 ‘검객 시라노’서 주연상
작품상 등 모두 9개 부문에서 제75회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세월’(The Hours)에서 세 여자 주인공 중 하나인 영국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로 나온 배우가 니콜 키드만이라고 생각한 관객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창백하도록 아름다운 키드만은 울프의 모습을 닮기 위해 말처럼 긴 코를 하고 나와 호연,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세월’에서 공연한 키드만과 줄리안 모어 및 메릴 스트립은 며칠 전 끝난 베를린 영화제서 공동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키드만은 못 생긴 코 덕택을 톡톡히 본 셈인데 과거에도 기형적인 코를 하고 나와 오스카상을 받거나 후보에 오른 배우들이 여럿 있다. 엄청나게 큰 코를 단 채 맹렬한 연기를 해 오스카상을 받은 첫 배우는 호세 퍼러. 그는 1950년 ‘시라노 드 베르주락’에서 코주부 시인이자 검객 시라노로 나와 이 상을 받았다.
이로부터 40년 후 1990년 프랑스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원래 큰 자기 코에 살을 더 붙인 뒤 역시 시라노로 나와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었다. 이해 주연상은 ‘행운의 반전’의 제레미 아이언스가 받았지만 당시 41세였던 드파르디외는 이로써 국제적 스타가 되었다.
비정상적으로 큰 코를 하고 클래식 작품에 나와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또 다른 배우가 로렌스 올리비에. 올리비에는 셰익스피어 작품 ‘리처드 III’(1955)에서 왕좌를 차지하려고 닥치는 대로 살인하는 꼽추 코주부로 나와 소름끼치는 연기를 보여줬다. 그러나 오스카 주연상은 ‘왕과 나’의 대머리 율 브린너에게 돌아갔다.
웨스턴 ‘캣 밸루’(1965)에서 끈으로 양철 코를 얼굴에 맨 채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쏴 죽이는 무법자로 나온 리 마빈도 코 때문에 오스카상을 받은 배우. 그는 싸우다 코를 물려 뜯겨 양철 코를 달고 다녔는데 영화에서 무법자의 주정뱅이 쌍둥이 형제로서 1인2역을 했었다. 이 영화는 당시 저물어가던 마빈의 배우 인생을 재생시켜 준 작품.
‘차이나타운’(1974)의 잭 니콜슨의 코도 영화 내내 자기 존재를 과시한 코다. LA의 사립탐정 제이크 기티스로 나온 니콜슨은 깡패 로만 폴랜스키의 잭나이프에 코가 찢기어져 코를 온통 붕대와 반창고로 감고 다녔었다. 니콜슨은 이 역으로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상은 아트 카니(‘해리와 톤토’)가 탔다.
코뿐 아니라 온 몸이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비대해져 오스카 주연상을 받은 연기파가 로버트 드 니로. 그는 실화인 ‘성난 황소‘(1980)에서 클럽 코미디언으로 전락한 왕년의 권투 챔피언 제이크 라 모타로 나왔는데 라 모타역을 위해 이탈리안 소시지 같은 코로 분장했었다.
드 니로처럼 연기파인 알 파치노는 ‘딕 트레이시’(1990)에서 커다란 갈고리 코를 한 광적으로 코믹한 갱스터로 나와 오스카 조연상 후보에 올랐었다. 그러나 상은 ‘좋은 녀석들’에서 역시 갱스터로 나온 조 페시가 받았다.
거대하고 괴이하게 생긴 인조 코가 아닌데도 얼굴에서 코밖에 안 보이는 명배우가 칼 말덴이다. 그의 실제 코는 마치 거대한 구근처럼 생겼는데 말덴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1951)로 오스카 조연상을 받았고 1954년에는 ‘워터프론트’에서 신부로 나와 역시 조연상 후보에 올랐었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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