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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W 서 마리아 박사, 명문 출판사서 한양굿 저서발간
워싱턴 대학(UW) 민족 음악과에서 9년간 한양굿을 연구한 후 62세에 박사학위를 취득, 화제를 모았던 서 마리아씨(65)의 졸업 논문이 세계적 학술논문 전문 출판사인 라우틀리지(Routledge)에서 책자로 발간되는 영예를 안았다.
‘한양굿(Hanyang Kut):한국의 무속축제 음악(Korean Shaman Ritual Music from Seoul)’이란 제목의 45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하드커버 책자는 작년 10월 뉴욕과 런던에서 출판됐으며 독어·불어·한국어로도 번역 출판될 예정이다.
민족 음악학 전공학도들의 필독도서로 UW을 포함한 대학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이 책에는‘한국의 전통문화와 한양굿 연구 동기’,‘한국의 기원 설화와 무속에 대한 역사적 배경’,‘한국 민요와 굿 음악의 상호관계’,‘한양굿에서 쓰이는 전통악기와 음악’등 내용이 50여장의 흑백 사진과 함께 실렸으며 굿 악사들의 족보 및 굿 음악 CD도 첨부됐다. 원래 서씨가 제출한 졸업논문에는 100여장의 칼라사진이 실렸다.
라우틀리지 출판사는 세계 각국의 연구논문 중 우수작 만 골라 출판하기 때문에 학자들은 이 출판사가 자신의 연구논문을 출판할 경우 크게 인정받는 것으로 간주한다.
서씨를 지도한 터 엘링슨 교수는 자신의 23년 교수생활동안 이 출판사로부터 출판교섭을 받은 학생은 서씨가 처음이라며 이 책은 동양학, 인류학, 비교 종교학 상 중요한 연구자료라고 평가했다.
서씨는“한국의 전통문화가 무속신앙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한국인들 스스로 조상들의 무속 신앙을 멸시한 탓으로 오늘날 한국무속이 세계 샤마니즘 지도에 빠져 있을 정도”라고 개탄했다.
그녀는 한국문학의 영어 번역본이 미흡해 전 세계의 문학계에서 한국 문학이 생소하게 받아들여지듯 한국의 무속신앙도 비슷한 처지라고 설명했다.
서씨는 지금까지 영어로 된 한국 무속 연구논문은 박미경씨의 전라도 세습무가 유일하며 그 외에는 거의 외국인들 손에 의해 쓰여진 자료들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 박사학위 취득 후 UW 민족음악과 강의를 맡고 있는 서씨는 특히 한양굿을 연구한 동기에 대해 한강이북에 신이 내려 무당이 된 강신무가 많은데도 이들이 대부분 숨어서 살아와 연구자료가 제대로 없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91년부터 매년 두차례 서대문, 왕십리, 노량진 지역의 무속인들을 석달간씩 찾아다닌 서씨는“오랫동안 사회적으로 멸시받아온 이들의 마음을 열고 신임을 얻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50년대 한국에서 유망한 피아니스트였던 서씨는 암으로 사망한 남편 대신 세 아들을 키웠고, 교통사고를 당해 사경을 헤매며 눈까지 멀어 맹인학교를 다니면서도 60이 넘어 박사학위를 따는 등 인생의 역경을 이긴 휴먼 스토리는 주위 사람들에게 라우틀리지 출판사의 책자 발간보다도 훨씬 더 깊은 감명을 주고 있다.
<김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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