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부때부터 전해온 태극기 한인회기증 심기순씨
“전 그저 우리의 후손들이 이 태극기를 보면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피와 살을 던지신 조상들의 희생을 조금이나마 더 생각하고 이해하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램뿐입니다.”
나일스에 거주하는 심기순(사진)씨는 최근 할아버지(이종인옹)때부터 전해내려오던 빛바랜 태극기를 시카고 한인회에 기증하기로 했다. 할아버지가 일제 치하에서 독립운동을 할 때부터 사용하던 태극기라 이제 더 이상 개인으로서 관리하기가 어렵게 된 것.” 색깔이 다른 천을 끼워 맞춰 제작된 이 태극기는 언뜻 보기에는 그저 낡은 태극기로만 보이지만, 군데군데 헤어진 자리와 세월을 이기지 못한 얼룩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투쟁하던 한 젊은 청년의 숨결이 배어있는 듯 하다.
할아버지가 독립운동에 연루돼 있었던 탓에 한곳에 정착할 수 없었던 심씨의 가족은 전국 각지를 옮겨다니며 숨어살아야 했고, 이러한 연유로 심씨 또한 만주 봉천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 할머니가 가끔 할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곤 했지요. 할아버진 비록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한 독립운동가는 아니었지만, 조국의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만큼은 분명한 분이셨던 것 같아요. 경기도 파주에서 살 땐가 왜경들이 집으로 찾아와서는 할아버지를 찾아내라고 할머니를 발길로 걷어차고 때리고 그랬다더군요.”
농사꾼이었던 할아버지가 본업을 제쳐두고 독립운동하느라 거의 도주 생활을 하다시피 했으니 집안의 사정이 어려운 것은 당연했다. 심씨는 그러나 그러한 환경과 고통속에서도 “조선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한 할아버지의 노력과 의지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태극기에 흠집이 점점 커지기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보관하기엔 어려울 것 같아요. 한인회 같은 단체에서 보관하기가 용이하겠지요.” 심씨는 이제 할아버지의 손길이 묻은 태극기를 떠나보내려 한다.
“저의 아이가 어렸을 때 전 한국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해 조국의 좋은 점에 대해서만 이야기해 주곤 했지요. 그러나 아이가 가끔 학교에서 돌아오면 한국 전쟁 등에 관한 어두운 역사를 선생님으로부터 배우고 우울해 했던 모습을 본 적있습니다. 전 이 태극기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만큼 큰 일을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 1.5세나 2세들에게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조국을 사랑하는 열정과 의연함을 굽히지 않았던 우리 선조들의 애국심 만큼은 전해 줄수 있지 않겠습니까?” 심씨는 그저 이 태극기가 오랫동안 보존돼 보다 많은 한인 후손들에게 꿋꿋한 조상의 숨결을 심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박웅진기자
jinworld@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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