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 휴일이면 사흘을 연해서 쉴 수 있다. 이런 연휴를 이용해서 관광회사에서는 스키어들에게 손짓을 한다. 여섯 시간 정도를 운전해야 갈 수 있는 명성 높은 맘모스 스키장으로 모시겠단다. 겨울이래야 하얀 눈을 기대 할 수 없는 도시. 바로 로스앤젤레스에서 사는 주민들에겐 아주 매력적인 손짓이 된다. 그것도 눈이 흠뻑 내려 쌓여서 질 좋은 스키를 탈 수 있다는 조건은 충분히 충동적이다.
두 시간 운전해서 눈 덮인 산을 만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인공적으로 눈을 뿌려 놓은 경우가 허다하다. 어쩌다 신나게 눈이 내려 쌓였다 해도 곧 이어 여름날씨 방불케 하는 더위로 곧 질척이는 상태로 변하곤 한다. 발 밑에서 전달하는 눈의 질을 느낄 수 있게 된 이후로는 2시간 짜리 스키장엔 안 가려 한다.
이렇게 해서 정월 중반에 낀 황금연휴엔 맘모스로 줄행랑이다. 마틴루터 킹 목사의 생일이 그렇게 잘 알려진 휴일이 아닌 탓에 약국을 경영하는 남편에겐 휴일이 아니다. 그러니 잽싸게 눈치봐서 줄행랑을 치기가 제격이다. 제법 처신 잘하던 Y가 남편 두고 합세했다. 나와는 띠 동갑이다. 친구를 데려 온다더니 동갑 나기란다. 개 세 마리 같은 관광회사 버스에 오르고 보니 남편이 개띠라고 합세한 여성이 있다. 남편은 한국에 있지만 어쨌던 개띠와 관련이 있다고 인정해 줬다.
스키강습을 받으면서 또 다른 개띠가 발견됐다. 스키 실력이 뛰어난 테드 리는 유일한 남성 개띠인데 그도 58년 개띠다. 첫 날 강습에 다섯 명이 참가해서 네 명이 개띠라면 이건 완전 개판이 된 거다. 강사 님이 기가 죽을 판이다. 한 사람은 남편이 개띠이니 반은 개에 속한다고 모두 깔깔댔다. 결국 강사만 양띠로 개가 지켜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이야기가 버스 안에 퍼지자 운전기사가 합류한다. 자기도 음력으로는 개라나. 어차피 띠 따지는 것은 음력이니 개판에 끼어 주겠다고 마음 좋은 Y가 허락했다. 이렇게 해서 설원을 장악한 개들이 완전히 개판을 이루어 신명나게 시간을 보냈다. 정말 오랜만에 큰 소리로 웃었고 얘기를 듣는 모든 사람들이 박장대소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중 테드 리의 한 마디는 또다시 모두를 웃게 했다. 58 개가 아닌 개가 펄펄 나는 것은 망령이라고 볼 멘 소리를 한 것이다. 모두들 까르르 웃었지만 유난히 난 행복했다. 그 정도의 망령이라면 얼마든지 나고 싶다. 앞으로 12년을 계속 나처럼 스키를 타다보면 12년 후에는 58개들 모두가 망령 난 개가되어 있을 것이다. 운동은 건강 유지에 필수과목 아닌가.
비록 남편과 함께 하지 못한 여행이지만 재미있었다. 마음이 맞아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58년 개띠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곁에서 지켜보던 사람의 놀라는 반응이다. “12년 차이인데도 그렇게 같이 놀 수 있어요? 저 쇼크 먹었어요.”
그러니 망령 난 개란 말이지. 그냥 개라면 어림없는 일 아닐까. 그래도 개판엔 꼭 참여를 해서 계속 자리 매김을 할 것이다. 다음 연휴까지 제발 다시 한 번 눈보라가 쳐주길 기대하며 활짝 웃어본다. 생각만 해도 즐거운 연휴였는데 다음 연휴까지 우리 강아지들 집 지키는 임무에 충실하길 바란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