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10년만에 첫 소설집 펴낸 재미 한인작가 김혜령씨
미국에서 창작활동을 시작한 ‘2세대’ 작가로 불리는 소설가 김혜령(40)씨. 한국일보 미주본사 신춘문예(93년)에 단편 소설 ‘깃털’이 당선된 후 곧바로 한국의 권위 있는 순수 문예지 ‘현대문학’에 중편소설 ‘두 개의 현을 위한 협주곡’(94년)이 당선되면서 한국 문단에서도 인정받는 소설가로 자리매김한 여류작가이다.
한국 외국어대 1학년 재학이던 19세 때 도미해 한국과 미국이라는 양 문화권을 넘나들면서 작가는 등단 후 10년 동안 ‘별들의 인사’ ‘산불‘ ‘언덕 위의 집’ ‘엄마의 다락’ ‘반달’ ‘그림의 못’ 등의 단편소설을 미주 문단을 통해 꾸준히 발표해 왔다.
섬세한 문체와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힘이 강한 그녀의 소설은 이민생활의 갈등과 고민, 한국에 대한 향수 등 이민문학이 흔히 다루는 진부한 내용을 소재로 한 것들이 아니다. 한국에 살건 미국에 살건 상관없이 일상적인 얽매임과 그것을 극복하려는 열망에서 빚어지는 몸부림을 예민한 감수성으로 표현하는 새로운 시도를 해왔으며 그 보편성 때문에 한국 문단으로부터도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단편 소설 ‘그림의 못’에서 미국이라는 땅이 반드시 특별한 공간만은 아니며, 한국 혹은 또 다른 어떤 곳과도 근본적으로 동일한 의미를 지니는 보편적인 삶의 무대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최근 작가는 지난 10년 동안 미주 문단에 발표한 중·단편소설 12편을 엮어서 ‘환기통 속의 비둘기’(책 읽는 사람들 펴냄)라는 제목으로 첫 소설집을 출간했다. 그녀가 책 서두에서 “새 시간, 새 목소리를 맞을 준비를 해야겠다”고 밝혔듯이 책 출간은 지난 10년 동안의 문학생활을 한 시기로 묶고 또 다른 출발을 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각오로 보인다.
작가에 대해 이동하 교수(서울시립대 국문학과 교수, 문학 평론가)는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는 가운데에서 창작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대표적인 재미 한인 작가중의 한 사람”이라고 평하고 있다.
소설가인 송상옥 미주 한국문인협회의 회장도 “김혜령은 구성이 치밀하고 허점을 발견할 수 없을 정도의 소설을 쓴다”며 “주목받고 있는 작가중의 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한국과 미주의 문학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작가의 작품들은 첫 작품집 발간을 계기로 비로소 한국 내 독자들에게까지 폭넓게 소개되기 시작했다. 80년에 도미한 그녀는 UC어바인에서 생물학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은 후 생물 및 의류산업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소설집 출간에 따른 출판기념회는 4월8일 오후 6시30분 코리아타운 갤러리내 세종문고 옆 카페에서 열릴 예정이다.
<문태기 기자>
tgmoon@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