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란 나무 앞에서 대견함을 느끼는 것은 숱한 역경을 제 스스로 이겨내며 우리에게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으면서 사계마다 보여주는 아름다움이 있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 주기도 하거니와 새들에게 쉬어 갈 수 있는 배려도 있고, 더불어 달고 향기로운 열매를 안겨주는 나무야말로 삶의 진귀한 배움과 희생을 보여주며 몸소 실천하고 있다. 이런 나무를 보면서 소설가 윤후명의 하늘 지팡이에서 첫 서두에 이런 글을 떠 올려야 할 것 같다.
"나무 한 그루가 있다. 우리들 인생에 누군들 의미 있는 나무 한 그루쯤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 없겠지만, 내게도 나무 한 그루가 있다......"
이처럼 나무를 삶의 비유로 묘사 할 때가 있다. 벼랑 돌 틈에 뿌리를 내리고 자신의 고풍스러운 기품을 늘 늠름하게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꿋꿋하게 서 있는 소나무는 고통스럽고 견디기 어려운 환경에도 내색 한번 보여주지 않으며, 또한 봄의 소식을 제일 먼저 알려주기 위해 겨우내 차디차게 굳은 땅을 뚫고 뿌리를 내린 자목련나무는 숨겨온 가슴의 뜨거운 열정을 수줍은 듯 엿보여 꽃 먼저 피고 진 자리가 파랗게 변해가는 목련가지 끝에서 봄은 활짝 기지개를 펴 보인다. 뿌리는 비록 헤아려 주지 않는 마음에 미련을 두지않고 건실한 한 그루의 나무를 키워내는 생명의 표용력에 강한 사명감으로 땅 속 깊이 찬찬히 뿌리를 내린다.
그러나 제 아무리 고고한 정취를 갖춘 나무라 할지라도 뿌리가 실하지 않으면 내면의 성숙을 꾀하기는 정녕 어렵다. 오랜 인고의 세월을 이겨 낸 나무에게는 속 깊은 뿌리가 있으므로 한 그루의 가장 멋스러운 나무를 키워낼 수가 있는 것이다. 굵은 곁뿌리가 촉수를 박아놓으면 수 많은 잔뿌리가 서로 엉키면서 힘을 합해 아무리 힘겨운 고난이 다가와도 흔들리지 않으며 무던한 제 모습을 간직해 나가는 것을 바라보면 진정 타국의 국적을 지닌 우리 교포 2세들의 뿌리가 힘있게 뻗어 나가야 할 밑 바탕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한다.
자신의 뿌리가 무엇인지 조차 파악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계란에서 흰자에 둘러싸인 노른자가 제 위치를 차지하지 못한 채 흐트러진 상태일 뿐이다. 자신의 뿌리를 알고 자라나는 나무는 분명 혼돈에서 오는 방황은 없을 것이며, 균형 없이 자라나는 다른 나무들과는 달리 자신의 뿌리 바탕을 잘 알기에 다시 말해 나의 뿌리가 어떤것이란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냉정하고 낯선 땅 위에서 살아 가야 하는 슬기로운 지혜를 스스로 터득해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은 자신의 미래를 위한 꿈을 바르게 키우며 건강하게 자라게 하는 핏줄의 뿌리는 가족의 공동체에 대한 마음의 안정을 부여해 준다는 의미에서 느끼는 안온함이 위로가 된다.
잘 자라던 나무를 하루아침에 낯선 땅에 옮겨놓으면 적응을 위해 얼마만큼의 홍역을 앓아야 잘 자라게 되는데, 그것은 건실한 뿌리가 있기에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뿌리가 겉으로 수고를 드러내지 않은 땅 속 깊은 곳에서 평생 감내하는 인내로서 남겨주는 고귀한 말씀은 어린 한 그루의 나무가 잘 성장될 수 있는 버팀목으로서 항상 내실있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하는 자양분이 된다. 저 멀리 보이는 한 그루의 싱싱한 푸른 나무가 오늘따라 대견스럽게 눈에 선명하게 들어오는 것은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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