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예하게 대립된 집단을 들여다보면 합리적이고 타당성 있는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배경설명이나 법적 근거까지 곁들이면 이해 당사자 아닌 제 3자들은 쉽게 설득될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미주 한인회 총연합회(총연) 차기 회장선거에서 맞선 이오영 현회장(필라델피아)과 최병근 후보(워싱턴 DC)의 주장이 전혀 근거 없거나 황당하지만은 않다.
회칙개정은 총회에서 다루고 개정된 회칙은 고수돼야 한다는 이 회장의 주장과, 회칙개정 절차가 정상적이지 못했다는 최 후보측의 반박은 모두 일리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세상만사가 사리대로만 판단되는 것은 아니다. 시애틀에서는 처음 열린 총연 회의를 취재한 기자의 눈에는 이것이 과연 미주 한인사회의 대표단체를 표방한다는 총연의 실상인가라는 생각에 입맛이 떨떠름했다.
각 지역 한인회를 아울렀던‘회장님’들의 모임인 총연이 초등학교 반장 선거만도 못하게 서로 상대방 진영을 비난해댔다. 각 지역 한인회장 선거에서 신물나게 봐온 추태가 그대로 재연되고 있었다.
총연 설립이념 끄트머리에‘전 세계 각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민족간에 관계를 증진’이라는 글귀가 있다. 내부적인 관계 증진도 도모하지 못하는 마당에 어떻게 주도적인 입장에서 세계 한민족 간 관계를 증진시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
총연의 한 관계자는 교민청 신설과 이중국적 허용은‘총연만이’이룰 수 있는 과제라고 침을 튀기며 강변했지만, 이번 분쟁을 취재하며 그 과제는 결코‘총연의 몫’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선거까지 앞으로 두 달을 남겨놓고 있다. 이 회장과 최 후보측이 앞으로 60일간도 대립과 분쟁으로 일관한다면 총연의 입지를 스스로 좁히게 될 것은 뻔한 이치다.
한인회장에서 물러난 사람들이 옥상옥으로 만든 총연의 무용론이 대두된 것은 어제오늘 이 아니다. 한인사회를 위해 실속 있는 일을 해도 존재가치를 인정받을까 말까한 상황에서 분쟁을 일삼는다면 총연은 결국 설 땅을 잃게 된다.
한인회장 선거 싸움도 지겨운데 거기서 물러난 사람들의 선거 싸움까지 봐줄 수는 없지 않는가.
<정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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