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전쟁 뉴스뿐이다. 간단없이 이어지는 폭격, 계속 진군하고 있는 미군 병사들, 포로가 된 이라크 군, 속출하는 미군 전사자, 공포와 고난에 찌든 난민 행렬. 하루 24시간 TV 화면은 전쟁의 이미지로만 메워 진다. 이라크 전쟁이 벌써 3주째다. 전쟁 은 언제 끝날 것인가. 저마다 던지는 질문 이다.
누구보다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고대하는 사람들은 파병가족이다. 하루 하루가 긴장과 조바심의 연속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먼 나라, 이라크라는 이국 땅 전쟁터에 가 있는 아들이, 딸이, 남편이, 또 아내가 무사하다는 소식만을 고대하면서 이들의 가슴은 타들고 있다. 전쟁이 왜 이렇게 길어지는가 하는 초조감과 함께.
“창란젓 하나만 있으면 밥 한 그릇을 비울 수 있었는데…” “차라리 아들 대신 내가 가서 싸우고 싶은 심정…” “아들이 떠난 뒤 자식과의 관계에 새로운 인식을 했다…” “국가에 충성하는 아들이 자랑스럽다…” 자식을 전쟁터에 보낸 한인 부모들의 마음이다. TV 앞에 앉는 것이 이제는 습관이 됐다고 했다. 어떻게든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보내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했다.
이라크 전쟁은 남의 전쟁이 아니다. ‘내 아들이, 이웃의 딸’이, 다민족 사회의 일원으로서 피부색을 초월해 성조기 아래서 싸우고 있어서다. 수많은 이민자들이 미군에 지원했다. 영주권자 미군이 3만8,000여명이 넘는다는 통계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한국인도 예외가 아니다. 수많은 코리안-아메리칸이 미군에 입대했고 1,000명이 넘는 ‘우리의 아들과 딸들’이 이라크 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미국인의 정체성(identity)은 전쟁 등 국가적 위기를 통해 끊임없이 새로 정립된다. 미국을 조국으로 선택한 이민그룹은 위기 때 동참함으로써 당당한 미국 사회의 진정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다민족 사회로서 미국의 다양성은 그만큼 깊고 넓어지며 또 빛을 발한다. 이것이 미국의 역사다. 미주 한인사회는 이런 관점에서 이라크 전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자녀를 전쟁터에 보내고 마음 졸이는 한인 부모의 고통은 그러므로 전 한인사회의 아픔이다. 또 어찌 보면 반드시 치러야할 통과 의례다. 그들의 고통에 한인사회는 함께 하고 또 그들의 짐도 나누어 져야 한다.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로 그치는 게 아니다. 이웃 커뮤니티의, 주류사회의 아픔에도 동참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미주 한인은 이제 더 이상 이 땅의 나그네가 아닌 당당한 주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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