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세대의 장점 살려 어울리면 모범적
필자가 약 15년전 LA통합교육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처음 잡기 시작했을 때부터 불과 몇 년전까지만해도 한인 학부모님들께서는 거의 이민 1세이셨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자신은 두 개 또는 세 잡을 뛰시면서도 자녀들의 교육을 위함이라면 아낌없이 희생하시고, 학교 교사진의 의견을 무조건 신뢰하고 존중하시며, 학교에서 자녀의 문제로 전화라도 오면 무조건 내 아이의 잘못으로 간주하고 교사와 동일한 목소리로 자녀를 훈계하시고, 학교에 한국말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너무 반가와 도움을 요청하시고 …
어느덧 한인 이민역사도 시간이 많이 흘러 이젠 필자의 학교에도 소위 말하는 1.5세의 학부모님들께서 몇 분 계시다.
한인사회의 각 계층에서도 그렇듯이 이민 1세와 1.5세의 이민 생활의 경험은 동일하지 않으므로 학부모님들 사이에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것을 느낀다.
한 작은 예로는 필자의 학교에 얼마 전에 새로 생긴 한인 학부모회의 정기 모임에서 전 교사진에게 점심식사대접에 관한 의견이 나왔는데 이민 1세이신 부모님들께서는 스승의 날 즈음에 이 행사를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고 자녀에게도 교사들을 향한 존경심과 대접하는 즐거움을 가르치는 좋은 기회가 됨으로 모두들 찬성하셨다.
하지만 이곳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신 1.5세 학부모님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미국인 교사들에게 ‘냄새나는’ 한국음식 대접보다는 그 비용으로 학교에 한가지 물건을 기증하자는 것이다. 또한 한인 학부모들만 하면 다른 인종의 부모님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셨다.
얼마간 약간의 신경전이 있다가 필자의 학교에 새롭게 생긴 학부모센터 교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필자의 학교에 있는 PTSA, Booster Club, 흑인 학부모 그룹, 히스패닉 학부모 그룹 등의 대표들과 만나 상의해서 함께 이 행사를 추진하자는 긍정적인 결론을 맺고 헤어지셨다.
어제는 바로 이 학부모 그룹들의 대표들과의 모임을 하는 날이었고 필자도 참석을 하였다.
처음으로 갖는 모임이라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한인 학부모회의 회장이신 Mrs. C의 교사진을 대접하는 취지는 아무런 반대 없이 모두의 동의를 얻었고 한국음식뿐만 아니라 이태리음식, 소울푸드, 멕시칸 음식 등과 여러 가지 후식으로 교사진에게 식사 대접하는 것으로 결정을 보게되었다.
물론 Mrs. C는 이민 1세이시다. 한인 학부모회가 이제 생긴지 몇 개월 안 되는데도 Mrs. C를 비롯한 몇 분의 학부모님들께서는 필자의 학교의 월례 뉴스레터를 보내기 위해 3,000개의 우편봉투에 주소 레이블을 붙이고 여러 우편물을 동봉하시는 일을 꾸준히 도맡아 하신다.
그동안 고추장, 된장들을 판매하시며 열심히 모으신 기금으로 그냥 한국음식만으로 준비하고 대접하면 사실상 부모님들께는 계획하고 진행하는 데에 훨씬 수월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곳 생활에 익숙하고 미국 주류사회에서 일하시는 1.5세의 의견을 참작하고 약간 불만을 품은 듯했던 이 부모님을 감싸며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이끄시는 우리 이민 1세 부모님들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훌륭한 본보기가 된 것 같이 한 긍정적인 예로 적어보았다.
이민 생활의 연륜에 상관없이 학부모님들께서 1세들의 추진력과 1.5세들의 언어 실력 등 자신들의 장점들을 살려 함께 조화 있게 일하고 나아가서는 다른 인종과 문화배경의 학부모님들과 함께 어울려 행사하는 모습들을 우리 자녀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고 보람된 일이라 본다.
마가렛 김
<케네디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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