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10월 아프가니스탄 전쟁 종군 취재 차 한 달간 중동지역을 방문한데이어 이번에도 이라크 전쟁 취재를 위해 3주간 중동지역을 방문했다.
화약냄새 묻은 종군 취재수첩속에는 전쟁속의 수많은 이야기가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있다. 그 중에서도 이번 종군 취재에서 만난 한 이라크 젊은이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하셈 알 사예드(23·사진).
그는 전쟁이 터지자 요르단에서의 안정된 생활을 포기하고 부인과 3세, 7세 된 두 아들과 함께 부모와 가족이 있 는 이라크로 돌아가기전 날 기자와 만 났다.
그는 “바그다드의 부모님과 전화연락이 끊겼고 무엇보다도 이라크군에서 복무하고 있는 두 남동생의 생사가 걱정된다”며 “두 동생 대신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이라크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국민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했다는 그의 얼굴은 23세의 얼굴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나이가 들어 보인다.
그에게서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미국과 영국의 ‘이교도 침략자’로부터 조국을 지키자며 성전을 부르짖는 이라크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부모님의 안위가 걱정돼 ‘죽음의 고속도로’로 불리는 요르단과 바드다드를 잇는 700km의 긴 여행을 떠나기 앞서 불안에 떨고 있는 한 인간의 모습일 뿐이었다.
아랍국가에서는 ‘낙타의 눈물’이란 말이 자주 비유된다. 낙타의 혹은 사막에 사는 낙타가 물을 비축해두는 것으로 상식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물이 아니라 눈물이라는 것이다. 주인에게 학대당하고 무거운 짐을 들고 사막을 오가야 하는 낙타의 분노와 인고의 눈물이 흘려 쌓인 곳이 낙타의 흑이다.
낙타는 평소 주인의 명령을 고분고분 따르지만 주인이 늙고 힘이 없다고 생각하면 가차없이 짓밟아 죽인다고 한다.
아랍 인텔리들은 만약 이번 전쟁으로 장기적으로는 이라크가 경제적으로 부강해지고 민주주의가 꽃을 피운다면 아랍사람들은 미국을 용서하고 진정한 친구로 여기게 될 것이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미국은 아랍권에서 낙타의 늙은 주인처럼 짓밟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하셈의 깊고 우수에 잠긴 눈이 지금도 뇌리를 스친다. 지난 85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을 상징하는 초록색 눈의 소녀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샤르밧 굴라처럼 기자에게는 그의 눈이 이라크의 비극을 연상케 한다. 그와 그의 가족, 나아가 그의 조국 이라크가 전쟁의 비극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기원한다.
조 환 동
<사회부 차장대우>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