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주사를 많이 맞았다. 주사기를 보는 것을 피하고 딴 데를 보고 있을 때, 간호사가 엉덩이를 찰싹 때리며 주사 바늘을 찔러 넣으면 따끔하게 아프던 기억이 난다. 어쩌다가 주사바늘을 쳐다보면 아픔이 조금 더 커짐을 느끼게 된다.
국민학교때 예방주사를 맞기 위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앞에 있는 아이가 주사를 맞으며 뒤를 돌아보고 하나도 안 아파 이렇게 얘기하면 그 뒤에 맞는 아이들도 별 걱정 없이 주사를 맞는다. 그러나 여학생 줄에서 어떤 아이가 아프다고 울기 시작하면 그 다음 아이는 더 크게 울고, 그 다음 아이는 도망을 가고, 기절하는 아이까지 생긴다. 이것은 아픔에 대한 상상이 만들어내는, 현실보다 훨씬 커진 두려움을 이야기한다.
공포란 두려움과 무서움을 말한다. 상상 속에서 현재보다 더 커진 두려움을 말하는 것이다. 정신의학적으로 공포증이란 병적인 두려움을 이야기하며 이것은 방금 말 한 생각에서 연유되는 공포가 있고, 또 일반인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신체상의 불균형으로 공포감이 일어나는 수가 많다.
신체증상은 심장이 빨리 뛴다거나 호흡곤란, 어지럼증, 손의 떨림, 진땀 나는 증세와 곧 이러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 정신이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극심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다시 말하면 공포증 환자는 극심한 공포감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공포증의 원인을 스스로 만들게 되는데, 가장 많은 경우는 혹시 심장마비가 생기는 것이나 아닌지, 몸의 이상으로 금방 죽는 것이나 아닌지 불안해서 911을 부르던지, 응급실로 달려가는 것이다.
나의 진료 경험으로 보면 착한 사람에게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계속될 때 계속적인 걱정, 무서운 상황의 계속, 극도의 흥분, 극도의 신체적 피곤상태에서 갑자기 발병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사업상의 문제로 고민을 많이 하다가 비행기를 탔는데, 비행기 안에서 갑자기 공포심이 생기더군요. 그 후부터 비행기를 못 타게 됐고, 자동차를 타도 공포심이 생깁니다” “맨 처음 의사선생님이 아이고, 이거 암이로군요. 수술해야겠습니다. 했을 때 가슴이 덜컹 내려앉으며 공포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로 공포심이 재발한 지가 벌써 몇 년째입니다” “LA공항에서 물건을 들여오는데, 세금을 내라고 할까봐 몹시 불안했어요, 그 후로 공항이나 사람이 많은데 가면 자꾸만 공포심이 생겨요” “좋아하던 누님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놀란데다가 며칠 장례 지낸다고 몹시 피곤한 상태에서 운전하고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공포심을 느껴 911을 부르고 응급실에 실려가서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 후로 계속 공포증이 재발되어서 운전을 못 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겉으로는 평온한 이민생활 같지만 심한 심리적 충격으로 공포증을 앓는 분들이 많다. 심리적 고통이 신체 균형을 파괴해서 신체의 병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불황과 전쟁의 걱정 속에서 우리의 몸과 신경도 한계가 있다. 한계에 도달해서 병으로 발전하기 전에 현명하게 자기 건강을 지켜야 할 것이다. 어느 자살기도 후 입원했던 사람의 말이 생각난다. “저는 죽는 것이 너무 무서워서 자살하려고 했어요. 죽는 것을 생각하면 도저히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거든요”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공포 그 자체다라는 말이 새삼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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