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이 다가와 배가 이만큼 부른채 비스듬이 앉아 있는 임산부들의 불그레한 빰을 보면 그들이 곧 겪을 진통의 시간이 안쓰럽다.
엄마가 되려면 누구나 겪었을 입덧, 출산과 수유, 그리고 육아에 이르기까지 생명을 만드는 그 경험. 특히 매번 출산을 앞두고 느끼던 비장함이라니…
첫아이 때는 처음이라 몰라서, 둘째 때는 닥쳐올 일이 뻔히 보이는 지라 두려웠고, 셋째 때는 노산(?)이라며 양수검사를 권하는 간호사의 말에 나의 청춘이 아이 셋을 낳다가 드디어 다 가버리는구나 싶었다.
첫 아이의 출산을 앞두고 나는 여럿을 낳을 바에야 일찌감치 준비해 놓자는 생각이었는데 아닌게 아니라 그때 들었던 라마즈 분만교실과 한인 건강정보 센터의 출산 준비 세미나가 내게도 큰 도움이 되었고 셋을 쉽게 낳은 비결을 물어오는 다른 친구들에게도 알려주고 있다. 요즘 우리 교회에는 임산부만 예닐곱이어서 한동안 여럿이 걱정스레 물어 오기도 하였다.
나의 경우는 체질상의 이점도 있었고 또 분만교실의 교육에 힘입어 첫 아이는 두시간만에 또 둘째, 세째는 거의 진통을 모르고 자연분만을 하였다.
그 준비로 예정일까지 슬슬 일을 하고 많이 걸어서 다리의 힘을 길러 놓는 것은 기본이고 출산 뒤에 먹을 부드러운 음식들을 여러가지 만들어 두었다.
음식을 조금씩 푸드랩으로 싼 다음 플래스틱 용기에 넣어 냄새가 나지 않게 얼려두었더니 산후 간호하시는 분도 훨씬 수월하고 나도 입맛에 맞는 음식을 끼니때마다 골라가며 먹으니 좋았다. (수유를 하는 동안의 나는 매일 배가 고프고 먹어도 돌아서면 꺼져버리는 통에 눈이 핑핑 돌 정도로 허기가 졌었다.)
출산 때에 몸에 붙여 놓은 모니터의 그래프를 보면서 서서히 진통이 다가오는 것을 보던 그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라마즈 출산법의 기본은 진통때 몸의 긴장을 풀어서 내 몸이 아이를 밖으로 내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때 아픔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심호흡과 함께 뱃속의 아이에게 집중을 하면 초기에는 아픔을 많이 잊을 수 있었다.
나오느라고 고생하고 있을 아이를 위하여 기도하며 심호흡을 하면 몸 속의 산소 양이 많아져서 아이도 덜 힘들고 그때 나와 아이에게 생명을 주셔서 그 진한 경험을 하도록 해주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하는 동안은 긍정적 에너지의 힘이 솟구쳐서 내 몸의 고통도 순간 사라지는 신비한 경험을 하곤 하였다.
점점 진통이 심해지면 촛불을 불 듯이 호흡을 하면서 속으로 빠르고 힘찬 노래의 박자에 맞추면 자칫 밀리기 쉬운 불필요한 힘주기를 피할 수 있었다.
문이 다 안 열린 상태에서의 이른 힘주기는 도움도 안되고 자궁 입구에 무리를 주어 출산 뒤 회복이 느려지는 이유가 된다고 하여 의사의 지시가 있기 전까지는 기를 쓰고 힘을 빼며 촛불불기를 하였다.
진통 중 한시간에 1cm쯤 문이 열린다면 누구나 자연분만을 해 볼만하다고 한다. 너무 힘이 들면 아이비에 넣어주는 진통제의 도움을 받으면 훨씬 견디기가 쉬워진다.
나의 경우는 셋째를 낳을 때 신문에서 본대로 엄지와 검지 사이의 움푹한 곳(합곡혈, 보통 변비때 누른다는 자리)을 꼭 누르고 있었더니 아픔이 많이 사라지며 잠이 쏟아져서 비몽사몽간에 기도를 하다가 아이를 낳는 행복하고 황당한 경험을 하였다.
임신 당시야 감정 기복도 심하고 섭섭한 것 투성이며 힘들었지만 입덧 때 점심을 차려 줬던 친구들, 먹고 싶은 것을 일삼아 생각해 보라시던 시어머니와 식구들의 도움으로 사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고마운 기억들이 많이 있다.
입덧 때 섭하게 한 일은 평생 간다는데 고맙게 해준 일들도 늘 생각이 새로운 것 같다. 어디 나뿐이랴.
누구라도 임신기간동안에 주변의 위함을 받고축복 가운데 진통을 겪는다면 훨씬 수월히 그 기쁘고 지독한 진통의 시간을 지나갈 수 있으리라. 진심으로 출산을 앞둔 모든 임산부들의 건투를 빈다.
고경호<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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