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한달 째 나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한 아이의 얼굴이 있다.
내가 그 아이를 통해, 그리고 현장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면, 이 세상에 제일 악한 것이란 자신의 아이를 버릴 수 있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버림받은 아이들이 ‘아무도 믿을 수 없다’ 라는 메시지를 마음속에 깊이 각인 시키며 살게 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한달 전 코트에서 전화가 왔다. 바로 그 아이, 세살 때 아버지는 누구인지 조차 모른 채 어머니에게 버려졌고, 17살이 된 지금까지 법원과 아동 복지국에 의해 키워져온 그 소녀는 작년 4월 자신이 낳은 두 살 짜리 아이를 데리고 그룹홈에서 도망을 쳤다.
그날 공원에서 마리화나를 하다 걸린 그 아이는 경찰에게 저항했고, 이름과 부모가 누구인지 묻는 질문에 “Fucking-소셜워커”가 자신의 부모라고 대답했다.
작은 키에 왜소한 흑인 소녀인 그 아이는 들어오는 나를 비웃음 섞인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적개심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눈빛. 그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인터뷰 내내 “F-word”를 말끝마다 빼놓지 않았다.
나는 어떤 방법으로든 좋은 관계를 형성하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해나갔지만, 세 살부터 아동복지국을 대해온 그 아이는 오히려 능숙히 나를 이용할 의도였다.
내가 그녀를 꺼내서 그룹홈으로 보내주면 그녀는 다시 두 살 난 아이를 찾아 도망갈 심사였다. 15일 후면 그녀는 18살 성인이 되기 때문이었다.
나는 물론 그녀의 그런 계획에 속아줄 수가 없었고, 그녀의 두 살 난 아들을 찾아 그녀로부터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자신의 ‘아이’ 이야기가 나오자 ‘어머니’로 돌아간 그녀는 절대로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이야기하지 않으려 했다. 자신의 아들을 자기와 같이 만들지 않겠다는 이유에서다.
그녀는 계속해서 내게 소리를 질렸다. “I am his mom.” 한 어머니로서 그녀의 절규 섞인 ‘속임수’에도 불구하고 난 그녀의 두 살 난 아들을 찾아냈고, 그 아들은 나의 손을 통해 포스터 홈에 보내졌다.
그리고 그녀의 말 대로라면, 난 그녀의 두 살 난 아들의 “F” 부모가 또 되어버린 셈이다. 그녀를 범죄자 법원에서 꺼내와 그룹홈으로 보낸 날은 그녀의 18살 생일이 하루 지난날이었다.
난 그녀의 적개심과는 상관없이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싶어 잠깐 식당에 들렸다. 약 30분간 실랑이를 했지만, 그녀는 완강했다. 절대로 자신의 아이를 뺏어간 나와 밥을 먹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Trust (믿음)’을 잃어버린 아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은 몇 번의 인심 혹은 몇 번의 애정표현이 아니라는 것을 난 그녀와의 만남을 통해서 피부로 생생이 느낄 수 있었다.
갈수록 개와 고양이과 정을 주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상처받기 쉬운, 믿을 수 없는 사람보다는 동물을 선택한 듯 싶다. 또한 극단적인 개인주의, 심각한 세대갈등은 가족공동체마저 위협해 오고있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변한다 해도, ‘믿을 수 있는 누군가와 함께 하길 원한다’는 것은 인간의 변하지 않는 욕망일 것이다.
그것이 동성이든 동물이든 함께 의지할 사람, 공동체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인간의 동일한 외침인 것이다. ‘에덴 동산에서 창조의 원리’도, 에릭슨의 ‘사회 심리학 이론’도 모두가 이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의 삶조차 감당 못하던 그녀도 자신의 두 살 난 아들에게만큼은 부모가 되고싶어 몸부림을 쳤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사랑 표현은 아마 “버리지 않고, 함께 있어 주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자신의 아이가 누군가를 ‘믿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길 바라는 간절함이 있으리라.... 나 또한 그녀가 아이와 함께 살 수 있게 되도록 최선을 다해 도우려 한다.
한 소셜워커로서의 의무가 아니라, 나 또한 ‘함께’라는 외침을 포기 못하는 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성희<소셜 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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