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여만의 법정출두 전두환씨-재판부 설전
검찰로부터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한 재산명시신청을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심리에 응하기 위해 28일 서울지법 서부지원에 출두했다.
전씨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96년 12월 16일 12ㆍ12 및 5ㆍ18 사건과 비자금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 이후 6년 4개월여 만이다.
심리 결과 서울지법 서부지원 민사26 단독 신우진 판사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재산관계 명시 심리에서 전씨측이 제출한 재산 내역이 불명확하다며 재산목록 보정명령을 내렸다.
전씨의 재산관계 명시심리는 다음 달 26일 속개된다. 재판부는 이날 전씨측의 재산목록을 검토한 뒤 “본인 명의의 예금채권이 30여 만원에 불과하고 현금이 없다고 진술하는 등 재산은닉의 위험성과 개연성이 크다”며 “명의 신탁된 유가증권, 부동산 등의 재산목록을 보완하는 한편 배우자, 직계가족, 형제자매 등의 친인척의 재산목록도 다시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법정 공방 이날 오전까지도 심리 출석여부가 불확실하던 전 전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30분 이양우 변호사 등 변호인 2명과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서부지원 306호 법정에 출두했다.
국방색 정장을 착용한 채 출두한 전 전대통령은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취재진의 질문에 일체 답변하지 않았으며 시종 굳은 표정으로 심리에 응했다.
약 25분간 진행된 심리에서 전 전대통령 측은 재산목록의 불성실한 기재를 지적하는 판사와 치열한 법정 공방전을 벌였다.
보석, 골동품, 연희동 자택별채 등 전씨측이 이날 법정에 제출한 재산목록을 검토한 재판부가 “ 예금채권이 30여 만원 정도만 기재돼 있고, 보유 현금은 하나도 없다고 나와 있는데 사실이냐”라고 묻자 전씨는 "사실대로 적었다“라고 답했고 “타인 명의로 신탁한 재산도 기재하도록 돼 있는데 정말 없는가”라고 질문하자 전씨는 “전혀 없다”고 대답했다.
재판부가 “채무자는 무슨 돈으로 해외여행을 다니고 골프를 치러 다니느냐” 고 다그치자 전씨는“골프는 전직 대통령이라 그린피를 내지 않고 칠 수 있고, 내 나이가 72세라 인연이 있는 사람도 많고 자식과 측근들이 도와줘 생활한다”고 답변했다.
“측근들의 돈을 빌려서라도 추징금을 내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전 전대통령은 “그들도 겨우 생활할 정도라 빌려줄 돈이 없다”며 짜증스런 목소리로 반박했다.
전씨는 또 “ 추징금 2,200억원 대부분은 정치자금으로 나간 것인데 이를 포괄적 뇌물로 적용해 이 자리에 서게 됐다.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씨측 변호인들은 심리 후 재판부에 “채무자가 제3자에 대한 재산목록을 명시할 법적근거가 없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재산명시신청과 보정명령의 의미 서울지검 총무부가 전씨에 대해 법원에 낸 ‘재산명시 신청’이란 재산이 있으면서도 빚을 갚지 않는 악덕채무자의 재산을 공개하는 제도.
전씨는 이날 재산 내역과 변동사항들을 법원에 제출했다. ‘보정명령’이란 법원이 채무자가 제출한 재산목록의 기재사항이 빠짐없는지를 심사하고 불명확하거나 누락된 것이 있을 경우 채무자에게 보정을 명령하는 제도.
전씨가 다음 달 26일 속개되는 심리에 불참할 경우 법원은 유치장 등에 최대 20일간 구금할 수 있으며 허위 명시가 확인되면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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