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던가. 오래 전 그날이기도 하고, 바로 지금이기도한. 마음 그 자리는 저 언덕 너머 불어오는 솔바람 소리. 바람이 불어오면 바람을 맞고, 청청한 날은 맑은 볕을 즐긴다. 그러기에 마음 그것은 언제나 그 자리에.
그물에 걸리지않는 바람처럼 살고 싶어 산으로 들어갔다. 산에 살면 살수록 저 산을 지키는 못난 소나무가 되어 무심히 세월을 보내는 일이 나의 천직이라 생각했다. 지금도 산과 내가 둘이 아니라 생각지만, 왠지 먼데 산을 바라보는 느낌이랄까.
어느날 단풍잎이 떨어지고, 누비 두루마기를 꺼내 입어야 할 무렵, 우리는 걸망을 챙겨 인도로 떠났다. 늘 마음 한켠에 자리한 인도에 대한 연민과 환상이 우리를 수수께끼 같은 그곳으로 이끌었다.
십년지기 도반 둘과 처음 출발할 때의 우리의 여행계획은, 붓다의 생애를 따라, 붓다의 탄생지인 룸비니로부터 성도지인 보드가야, 성도 후 삼십여년간 설법을 하셨던 사르나트, 갠지스 강변을 거슬러 열반으로 장엄하셨던 쿠시나가라까지의 순례 계획이었다.
여행 일정을 대강 정한 우리는, 배낭여행족들이 주로 이용하는 가장 저렴한 비행기표를 구한 후, 동대문과 인사동을 다니며 배낭과 침낭 그리고 인도에 도착하면 꼬마들에게 선물로 줄 볼펜, 열쇠고리 등, 여행에 꼭 필요한 물건만을 구했다. 그래도 짐을 꾸리고 나니 이걸 어떻게 지고 다닐지 걱정부터 앞섰다.
일본 오사까 공항에서 하룻 밤 새우잠을 잔 후, 우리를 태운 비행기는 산과 바다를 넘어 봄베이 공항에 착륙하기 위해 시내 외곽으로 우회했다.
처음 우리가 내려다 본 봄베이의 풍경은 빈민촌의 닥지닥지 붙은 집들 위로 이어진 지붕마다 널려진 옷가지들과 끝을 알 수 없는 미로와 먼지로 둘러싸여 있었다.
환전을 마친 후, 봄베이 기차역으로 향한 우리는 푸나행 기차에 올랐다. 인도의 기차는 침대가 두개 또는 새게 부착되어있고, 낮에는 두번째 칸 침대를 펴서 등받이 의자로 이용한다. 그리고 에어컨디셔너의 유무에 따라 등급이 다르며, 객차 내의 시설과 기차의 속도도 달라진다.
기차 안에는 눈망울이 반짝이는 인도인들이 관심과 의문의 눈길로 이방인을 주시하고, 끝을 알 수 없는 평원에는, 벌판을 가로지르는 믈소 떼들과 소 치는 아이들 사이로 유채꽃이 노랗게 물들었다.
황혼의 저녁, 정한 곳 없는 나그네는 배낭을 벼개삼아 누워, 잊었던 선시 한 구를 떠올린다.
우리는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올 때는 흰구름 더불어 왔고
갈 적에는 밝은 달 따라서 가니
오고가는 한 물건은 이 무엇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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