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역이지만 최고의 기회”
젊은 성악가들이라면 누구나 유명 오페라 가수가 되기를 꿈꿔 본다. 그러나 미국의 오페라 무대에 진출하기란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다. 소프라노 조수미씨처럼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으면 오페라단의 초청으로 이곳저곳의 무대에 오를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오페라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방법은 대개 2가지이다. 미 전국 규모로 실시되는 유명 성악 경연대회에서 입상하거나 아니면 각 오페라단에서 비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유망한 젊은 오페라 가수 양성을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의 오디션에 뽑히는 것이다. 이 오디션에 남가주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장진영(베이스, 35)씨가 선발됐다.
장씨는 세계적인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가 이끄는 ‘LA오페라’에서 지난달 실시된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오페라 가수를 육성하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인 ‘레지던트 영 아티스츠’(Resident Young Artists) 오디션에서 뽑혔다.
소프라노, 메조 소프라노, 테너, 바리톤, 베이스로 나누어 실시된 이번 오디션에서 베이스 부문에서 장씨가 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뽑힌 것이다. 이에 따라 그는 2003~2004년 정기시즌 동안에 LA 오페라 단원으로 주연급(베이스 부문) 성악가들이 불가피한 사정으로 공연하지 못할 경우 ‘대역’을 맡게 된다.
LA 오페라와 매스터 코럴 합창단에서 단원으로 활약해온 그는 내년 시즌 LA 오페라에서 주연이 아닌 대역이지만 이를 발판으로 기성 오페라 가수로 진출할 수 있는 일생에 ‘최고의 기회’가 주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는 “한인 성악가들 중에서 LA 오페라가 실시한 이 프로그램에 뽑히기는 처음으로 운도 좋았고 하나님의 뜻인 것 같다”며 “내년 시즌에 대역으로 오페라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LA 매스터 코럴에서 꾸준히 쌓아온 경험과 프리랜서로 각종 오페라에 계속해서 출연해온 것이 오디션 때에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2003~2004년 시즌 그는 ‘파우스트의 파멸’(The Damnation of Faust, 2003년 9월10~28일)에서 브랜더역, ‘니콜라스와 알렉산드라’(Nicholas and Alexandra, 2003년 9월14~27일)에서 브루실로브역, ‘람베르무어의 루치아’(Lucia Di Lammermoor, 2003년 11월22일~12월17일)의 라이몬도역, ‘피가로의 결혼’(2004년, 5월22~6월19일)에서 닥터 바톨로역, 일 트로바토레(5월27일부터 6월20일)에서 페르난도역 등의 대역으로 정해졌다.
그는 또 현대 클래식으로 통하고 있는 푸치니의 ‘마담 버터플라이’에서는 임피리얼 커미셔너로 출연하고 본조역을 맡은 가수가 공연을 하지 못할 경우에 대역으로 나오게 된다.
서울대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후 94년에 도미한 그는 테네시 주립대에서 성악 석사과정을 마치고 USC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공연 활동도 하는 ‘연주자’ 과정을 전액 장학금으로 마친 후 성악가로 활동해 왔다.
<문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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