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WCA 정옥현씨의 첫 개인 사진전 ‘시각여행(Visual Tour)’이 한인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작가가 YWCA 이사로 각종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적잖이 한인 사회에 얼굴이 알려진 때문이기도 하지만 환갑을 눈앞에 두고 시작한 늦깎이로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다양한 자연 소재를 독특한 기법으로 렌즈에 담아낸 것. 더구나 전시회장서 작품 판매로 모아진 수익금 전액을 YWCA 청소년 돕기에 쾌척할 예정이어서 아름다운 자연을 담아낼 수 있었던 비결이야말로 카메라나 작가의 눈보다 착한 마음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위의 칭찬이다.
98년 쉰 여덟의 나이에 대학시절부터 갖고 싶었던 카메라 ‘롤라이(Rollei) SL66SE’ 모델을 손에 넣은 정옥현씨는 ‘무언가 배운다는 게 나이와 무슨 상관 있겠느냐’는 심정으로 셔터를 눌러왔다고 한다. 남모를 고생도 많았다. 정씨의 카메라는 말이 카메라지 크기와 무게를 따지면 웬만한 방송촬영장비 수준이다. 왜소한 체구로 500미리 렌즈까지 포함한 장비들을 메고 다니다 몸살을 않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는 것.
"폼 나게 촬영 여행을 떠난 것도 아니었어요. 그저 친구들이랑 이곳저곳을 관광 다니다 틈을 내서 찍은 것들이에요. 남들은 가이드 설명도 듣고 기념품도 사고 여유 있는 시간들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껴야 했어요"라는 회고다.
’10롤을 찍어서 1장만 건져도 다행’이라는 각오로 셔터를 눌렀다는 정옥현씨는 전시중인 36점의 작품 모두에 나름의 추억과 뒷얘기가 담겨있지만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찍은 ‘일출 파도’와 한국 전주 근교의 ‘보리밭’ 사진이 가장 애착이 간다고 했다. 관객들이 사진을 보고 나름의 상상과 감동을 느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작품에 제목을 붙이지 않은 것도 특징.
작품성에다 작가의 마음씀씀이가 관객에게 통했는지 전시 이틀만에 벌써 20여 작품이 팔렸다. 한 한인 교회에서는 작품들이 너무 예뻐서 내년도 교회 달력 그림으로 사용해도 좋겠냐는 제안을 해왔다. "60여생을 살아오면서 ‘내가 무엇을 했는가’하고 뒤돌아보면 다소 쓸쓸한 기분도 들었는데 이번 사진전을 계기로 달라진 게 많다"며 "사진과의 여행을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회는 오는 20일까지 플러싱 YWCA 강당에서 계속된다.
<장래준 기자>
jraju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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