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타운을 관할하는 LA시의회 10지구선거에서 마틴 러드로우 후보가 예상을 뒤업고 승리한 것은 주류사회에서도 이변으로 말할만큼 ‘정치적 사건’이었다. 토끼와 거북이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선거에서 ‘거북이’ 러드로우 후보는 일반 유권자를 성공적으로 공략한 반면 ‘토끼’ 윌리엄스 후보는 예선 승리에 도취, 경쟁후보와 거물급 인사들의 지지를 확보하는데만 주력, 다 이긴 승리를 놓쳤다는 평이다.
무엇보다도 선거당일 러드로우 지지자가 윌리엄스 지지자보다 더 많이 투표에 참여한 것이 결정적인 승리의 요인이었다. 선거의 당락을 결정짓는 것은 지지율이나 지지성명이 아니라 투표율이라는 정치의 영원한 진실이 또 한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면 한인사회는 어땠는가. 한인들 역시 윌리엄스 후보가 당연히 승리할 것으로 예상, 주요 단체장들이 경쟁적으로 그를 지지했고 식당과 유흥업소를 주축으로 한 한인 업주들은 3월 예비선거에만 윌리엄스 후보에 12만달러가 넘는 정치헌금을 바쳤다. (동기간 러드로우 후보가 받은 한인 기부금은 약 5,000달러)
한마디로 베팅을 잘못한 것인데 러드로우 당선자가 이를 모를리 없다. 지난 2월 본보를 방문했고 그동안 여러차례 유세현장에서 만났던 그는 사석에서 여러차례 한인들의 윌리엄스 후보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에 섭섭함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비관할 필요는 없다. 이제부터가 중요한 것이다. 러드로우 당선자는 선거전 기자에게 “시의원의 입김이 강한 리커 라이센스가 필요한 업소를 많이 운영하고 있는 한인들의 ‘특별하고 어려운 입장’을 이해한다”며 “한인사회가 없는 10지구 발전은 상상도 할수없는만큼 한인사회와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맺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기자가 만나본 러드로우 당선자는 합리적이고 겸손했으며 진지했다. 그는 윌리엄스에 비하면 한인사회 인맥도 없고 한인사회, 나아가 한인 문화와 역사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거의 없다. 한인, 한인사회와의 관계는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앞으로 그가 한인사회를 어떻게 보고 어떤 감정을 가질지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선거때만 되면 투표는 하지 않고 정치헌금만 주면서 룸살롱이 상징하는 우리의 향락, 퇴폐문화로 러드로우 시의원까지 ‘타락’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마음이다.
본국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주창한 ‘한미관계의 재정립’이 단연 화두라는데 한인사회는 새로운 ‘한·시의원 관계의 재정립’을 생각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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