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에서 유벤투스 제압
이탈리아팀간의 격돌로 압축된 2002∼0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패권은 AC 밀란에게 돌아갔다.
28일 잉글랜드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에서 벌어진 대회 결승에서 AC 밀란은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팀이자 라이벌인 유벤투스와 전·후반과 연장전을 합해 120분간에 걸친 공방전을 펼쳤으나 득점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2로 이겨 감격의 우승컵을 안았다. 이로써 AC 밀란은 지난 1994년 우승이후 9년 만에 정상에 복귀하며 통산 6번째 우승샴페인을 터뜨렸고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AC 밀란에서 선수와 사령탑으로 챔피언스컵을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다. 이 대회 결승이 0-0 무승부 끝에 승부차기로 우승이 갈린 것은 지난 91년 이후 처음이다.
승부를 가른 것은 AC 밀란의 브라질출신 골키퍼 넬슨 디다의 신들린 손이었다. 디다는 유벤투스의 첫 키커로 나선 다비드 트레제게의 슛을 다이빙하며 막아냈고 3, 4번 키커인 마셀로 살라예타와 파올로 몬테요의 슛도 쳐내는 등 첫 4개의 승부킥 가운데 3개를 막아내며 승리의 수훈갑이 됐다. 유벤투스도 이탈리아 대표팀 간판 골키퍼인 지안루이지 부폰이 밀란의 2, 3번 키커 슛을 잇달아 막아낸 데 힘입어 5번째 키커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의 킥 성공으로 2-2 동점을 만들며 한 가닥 희망을 유지했으나 밀란의 5번째 키커로 나선 안드리 세브첸코는 페인트모션으로 부폰을 반대방향으로 향하게 한 뒤 침착하게 골문 오른쪽으로 슈팅, 마라톤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세계 최강의 클럽팀을 가리는 경기임에도 불구, 빗장수비로 유명한 이탈리아 축구의 특징을 반영하듯 이날 결승은 한 골도 터지지 않은 채 연장전까지 120분을 흘려보냈다. 밀란은 전반 9분만에 셰브첸코의 슛이 상대 수비에 맞고 들어가며 손쉽게 선취골을 따내는 듯 했으나 루이 코스타와 필리포 인자기가 모두 오프사이드 위치에 서 있는 바람에 노골이 선언돼 절호의 기회를 놓쳤고 17분에는 인자기의 다이빙 헤딩슛을 부폰이 눈부신 선방으로 걷어내 다시 한번 득점기회가 무산됐다.
게임메이커인 미드필더 파벨 네드베드가 경고누적으로 결장, 중원 주도권을 빼앗긴 유벤투스는 투톱인 트레제게와 델 피에로가 전반 내내 이렇다할 슈팅도 해보지 못하는 등 좀처럼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고 후반 들어 안토니오 콘티를 투입하며 다소 활기를 찾았으나 끝내 밀란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고 결국 승부차기에서 쓰라린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김동우 기자>
dannykim@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