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제가 병이 들었습니다. 모든 것이 무섭습니다. 밤에도, 낮에도, 여자도, 남자도, 으아아아아아. 잠자기가 무서워, 일어나기가 무서워, 밖에 나가기가 무서워, 집에 있는 것도 무서워, 파라노이아! 으아아 무서워, 으아아 무서워, 죽는 것도 무서워, 살아있는 것도 무서워, 사랑하는 것도 무서워, 사랑 받는 것도 무서워, 으아아 무서워, 파라노이아! 파라노이아!”
가수 한대수의 노래 ‘파라노이아’의 가사이다. 파라노이아는 피해망상증으로서 문명화, 개인화되어 가는 사회 속에서 점점 더 많아지는 정신 증상이다. 증세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모든 사람이 나를 괴롭히고, 모욕을 주며 궁극적으로 없애려고 시도한다고 생각하면서 불안해하고, 분노하고, 나름대로 이 현상에 대처하려는 노력을 보인다.
그렇다면 누군가 나를 해치려고 한다고 생각하고, 골탕을 먹이든지 상처를 주려 한다는 생각은 어떤 것일까? 첫째,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 나쁜 비방을 퍼뜨리는 방법. 전화 도청이나 미행, 차나 헬리콥터를 이용해서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방법. 가족을 유괴하거나 해치려는 계획, 이웃집 사람을 이용해서 잡음을 낸다거나 쉬려고 할 때 쉬지 못하도록 방해하기도 하고, 이상한 메시지를 보내서 너를 감시하고 있다는 표시로 괴롭히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서로 수군대며 자기가 지나갈 때 비웃거나 욕하거나, 물건 파는 사람들이 자기에게 안 좋은 것을 주거나, 경멸하는 태도를 보이거나, 음식이나 물에 독약을 타서 해치려고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들을 들 수 있다. 심하면 부모 및 가족, 의사마저 믿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자기를 해치려고 하는 사람의 대상이 여러 사람이며 강력한 힘을 가진 단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FBI 같은 수사 단체나 북한의 첩보단, 마약 조직 및 마피아단 또는 종교적 망상으로 어떤 마귀의 권세라든지 UFO의 무리 등을 들 수 있다.
이에 대응하는 반응도 여러 가지인데 집안에서 밖에 나가지 못하고 낮에도 커튼을 치고 숨어있는 경우, 자기를 미행하는 자동차 번호를 적어서 여러 번 경찰에 보고하는 경우, 카펫이나 집안에 화학약품이 뿌려져 있다며 미정보부에 조사를 요청하는 경우, 자기 이야기를 한다고 길이나 음식점에서 느닷없이 상대방에게 화를 내고 대항하는 경우 등 다양하다.
이런 피해 망상증을 일으키는 경우를 살펴보면, 극심한 충격을 받았을 때, 즉 과거 정보기관에 잡혀 들어가 고문을 받았다든지, 리커스토어와 같이 위험한 사업에 종사하면서 강도나 폭행을 당했다든지, 협박 공갈단이나 법적 문제로 위험을 느꼈다든지, 아니면 큰 자동차 사고나 대형사고로 그 충격 속에서 공포심이 정도를 지나쳐 피해망상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피해망상은 일시적으로 생긴 것이 아니고 원래 성격 자체가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성격 중에서 심해질 때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조울증 환자에게서 급작스럽게 정신착란 증세로 나타나며, 정신 분열증의 피해망상형으로 나타나는 것이 가장 심한 증세가 된다. 그리고 많은 경우 과대 망상증을 동반하는데, 즉 자기가 많은 사람들이 추적할 만큼 중요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피해망상은 항정신제인 레스피돌이나 올란제핀 같은 부작용이 적은 약물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방치하면 더 큰 사고로 발전하기 쉽고, 본의 아니게 다른 법적인 형사처벌 문제로 발전할 수가 있다. 얼마전 이라크 전쟁이 있었을 때 바로 옆에서 폭탄이 떨어졌는데 건물에 올라가서 구경하러 나온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미국 내에서 극도의 공포심으로 집밖을 나오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즉 공포란 실제의 위협이 얼마나 큰 것인가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될 때 생기는 공포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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