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 속’‘호화판 감옥’‘흰색 무덤’- 백악관에 살았던 사람들이 백악관을 두고 한 말들이다.
백악관은 지구상 최고 권력의 상징인 만큼 4년, 혹은 8년 단위로 입주자가 바뀔 때마다 그 가족은 만인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런데 그 부러움과 관심이 당사자들에게는 오히려 족쇄로 작용, 백악관 생활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24시간 긴장의 시간들로 종종 표현이 된다.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에서 이웃들과 오순도순 사는 데 익숙했던 베티 포드 여사는 백악관 생활을 특히 힘들어 했던 퍼스트 레이디중의 하나. 마음 터놓고 지낼 이웃이라고는 없는 삶의 환경 때문에 외로움이 깊었고, 일거수 일투족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프라이버시라고는 없는 삶이 마치 “어항 속에 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프라이버시는 백악관에서 누릴 수 없는 단 하나의 사치라고 할수 있다. 역대 퍼스트 레이디들이 가장 아쉽게 여겼던 것이 프라이버시였다.
엘리자베스 트루먼 여사가 프라이버시 없는 삶을 지긋지긋하다고 토로했고, 백악관 생활을 가장 즐긴 축에 속하는 로잘린 카터여사 역시 회고록 ‘플레인스에서 온 퍼스트 레이디’에서 백악관 지붕에 올라가 일광욕하던 일을 회고했다. 가족들이 그나마 프라이버시를 가질 수 있었던 유일한 곳이 지붕 위였다고 했다.
16살에 아버지인 린든 존슨대통령을 따라 백악관 생활을 시작한 루시는 “숨을 곳은 물론 발을 구를 곳도 없다”고 숨막혀 했다. 반면 백악관에서의 삶은 ‘역사 속을 행진해 가는 것’이라고 이 틴에이저 소녀는 정확하게 표현했다.‘살아있는 역사’를 지켜보는 감동을 역대 백악관 가족들은 잊을 수가 없다.
힐러리 로댐 클린턴 여사의 백악관 회고록‘살아있는 역사’가 판매 하루만에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사생활 침해의 아픔을 가장 뼈저리게 느낀 퍼스트 레이디이자 ‘역사’를 가장 근거리에서 지켜보고 영향력을 행사한 퍼스트 레이디였던 탓일까.
‘살아있는 역사’는 판매 24시간만에 4만부 이상이 팔려나가는 인기를 누렸다. 세계 최고의 서적판매사인 반스 & 노블 역사상 논픽션으로는 최고 기록이다.
르윈스키 사건, 의료개혁등 내용 자체가 세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아울러 모두가 관심을 갖는 것은 이번 출판이 혹시 ‘프라이버시 없는 역사의 현장’에 힐러리 여사가 다시 들어서기 위한 텃밭 다지기가 아닌가 하는 것. 2004년, 혹은 2008년 힐러리 여사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권정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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