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온 가족이 캠핑을 다녀왔다. 아이들의 방학이 시작되는 유월의 마지막 주말에 떠난 캠핑은 우리 가족 말고도 다른 두 가정과 몇달전에 예약을 해놓고 기다린 여행이었다.
산도 있고 바다도 있고 유황온천도 있는 아빌라 비치의 캠핑장에 전화를 하니 친절한 직원이 나무그늘 아래로 마침 세 자리가 남았다며 예약을 도와주었을 때의 기쁨이라니.
세 가정이 만났던 지난 달에는 각 집에서 가져올 준비물을 나눠 적으며 모두들 희망에 부풀었었다.
들으니 어느 가정은 아이들이 다른 일로 비협조적으로 나올 때마다 “너희 그러면 캠핑 못간다”는 말로 몇 주를 아이들에게서 쉬운 승리를 했단다.
고대하던 캠핑을 가는 길에는 산타 바바라에 들려서 시내 구경도 하고 점심을 사먹고, 도착해서는 텐트 치고, 저녁 해먹고 머쉬 맬로우와 오징어를 구워 먹으며 캠프파이어를 했다.
둘째날은 어선들이 떠있는 아름다운 바닷가를 보고 와서 온천장에서 온천욕과 수영을 즐기고 저녁때는 피어에서 사온 찐 게를 뜯으며 싱싱한 생선과 새우로 매운탕을 끓여 먹었다.
다음날 여유롭게 돌아오는 길에는 솔뱅에 들려서 이국적 분위기를 만끽하고 귀가를 하였다.
여기까지는 한치의 거짓이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 세 가족의 난리법석 이박삼일의 캠핑의 진실을 다 설명했다고는 할 수 없다. 언제나 여행에는 숨은 사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기행문이나 여행가이드에는 안 나오는 진실 말이다.
첫날 떠나자니 집합지에 모여서도 떠나기까지만도 한시간 반이 넘어 걸렸다. 빠트린 몇가지를 더 챙기고, 차마다 기름을 넣다가 타이어에 바람도 좀 채우고, 그 참에 아이들 화장실도 한번씩 더 가게 해서 막 떠나는데 일 분도 안되어 세살짜리 아이가 “푸푸”를 한다고 해서 다시금 주유소로 들린 다음에야 동네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워키토키로 신나는 말을 주고받으며 즐겁게 차를 달리다가 점심을 먹노라니 하도 식구가 많아서 각자 흩어져서 점심을 사먹을 수밖에. 우리 큰아이만 빼고는 여섯살에서 두살사이인 아이만 여섯명이니 이 아이들의 여행길의 흥분과 또래를 만난 기쁨의 위력은 모여 있을수록, 식당에 단체로 들어갈수록 막강해지기 때문이다.
캠핑장에 도착하니 약속한 나무그늘엔 이미 다른 텐트들이 즐비하고 안내원은 도착 순서대로 자리를 받는다며 시치미를 뚝 뗐다. 또 언제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 되었는지 당황스러웠다.
기왕 온거니 즐겁게만 보내자던 우리의 캠핑은 저녁 캠프파이어에서 구운 머시맬로우를 옷과 머리카락에 범벅을 하는 아이들과 불옆에 갔다가 넘어지며 겉옷을 태운 다른 두살짜리로 또 한바탕 소동을 치르며 첫 밤을 맞았다.
막 사춘기에 접어든 열살 짜리 큰딸아이는 우리 텐트 바로 앞에 자리를 잡은 대학생들의 커플캠핑에 신경이 쓰이는 눈치였다.
다음날 수영장에는 유황 온천욕을 위해 입장료를 내고 들어온 외부인들로 발 딛을 틈도 없이 붐볐다.
번갈아 잠시 들어가 본 온천물이 얼마나 좋던지 오래 들어가 있고 싶었지만 정작 온천에는 다섯살 이하의 어린아이는 발도 당구면 안 된다니 어린아이들만 주렁주렁한 우리 일행은 혼잡한 수영장안에서 물 속을 걷다가 아쉬운 퇴장을 하였다.
비스듬한 바닥에서 이틀을 자고 난 어른들은 빼곡한 텐트사이를 이리 저리 뛰노는 아이들을 챙기며 뻐근한 몸으로 땡볕에서 짐을 거두는데… 우리집만 해도 텐트 두개, 슬리핑백 다섯개, 큰깔개 두개, 아이스박스, 아이들 옷 가방, 어른들 옷 가방, 사진기, 슬리퍼, 손전등, 아이들 인형…그리고도 더 뭐가 많아서 차로 하나 가득이다.
꿈을 안고 떠났던 이박삼일을 즐거움, 고단함, 황당함, 흐뭇함 그리고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가득 채운 뒤 돌아오는데 얼굴이 까맣게 그을린 아이들은 벌써부터 다음캠핑은 언제냐고 물었다.
고경호<화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