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초등 4학년과 1학년 두 아들을 둔 교사입니다. 남편은 결혼 후 약 3년 동안만 같이 살더니 상의 없이 직장을 그만 두고 시모가 계시는 집에 주로 가서 지금까지 별거 아닌 별거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결혼 후 한번도 생활비를 받아본 적이 없고요. 이혼을 하고 싶은데 남편은 전혀 이혼할 생각이 없답니다. 아들들이라 점점 커 가는 것이 겁나기도 하고… 아빠가 절실히 필요할 때인데… 몸이 아파 아이들을 잘 키울 자신도 없으면서 데리고 있자니 그렇고… 그렇다고 시댁에 보내어 아이들을 안 보고 살 자신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 아픈 몸으로 생활비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아이들을 혼자 키우시느라 힘들겠습니다. 남편은 양쪽 집에 의존하며 살고 있으니 아이들은 교육계에 몸담고 희생적인 마음을 가진 아내가, 경제적인 도움은 어머니에 의존해서 사는 것이지요. 이혼하고 싶지 않은 것은 이렇게 자신을 편하게 도와주고 의존할 수 있는 사람들을 잃는 것이 싫기 때문이겠지요.
아이러니컬한 것은 두 부모의 정서적, 성격적인 성숙상태가 어떠하든, 혹은 이혼을 했던 아니던,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두 부모와의 관계가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겠지요. 특히 아이가 생후 6개월이 지나면서부터는 아버지는 자녀로 하여금 어머니로부터 자연스레 독립해 나오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요.
이런 점에 비추어 남편의 문제는 어린 시절 자신의 어머니와의 사랑관계의 부재 혹은 지나친 의존성에 더해, 자신의 아버지와 좋은 관계를 가진 기억이 없는 것에 관련이 있지 않나 추측이 되는군요. 우리가 이렇듯 의존성에 묻혀 사는 것은 영원히 어머니의 뱃속에서 살고 싶어하는 아기처럼 편안함에 대한 환상을 주고, 어린아이에게 아버지의 도움 없이 여기서 벗어 나온다는 것은 극심한 불안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두 남자아이들이 중학교에 가게 되면서부터는 어머니로부터의 두번째의 분리를 사춘기를 통해서 경험하게 되고, 어머니는 자동적으로 아이들의 성장에서 중요성의 위치가 줄어들 것이지만, 그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지금부터 이들에게 필요한 아버지와의 관계를 찾아 주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단 급격한 환경의 변화보다는 이혼을 하든 안 하든, 어머니로서 주위에서 계속 아들들이 한 동안 왕래하며 자발적이며 점차적으로 분리해 나가는 것을 지켜보아야 하겠지요. 이러한 것이 자녀 교육의 책임으로부터 혼자만의 부담을 점차로 덜고, 자신의 건강도 돌볼 수 있는 방법이 되며, 자녀들에게는 훗날 자신의 아이들을 같은 식으로 내버려두지 않게 도와줄 방법이 되겠지요. 혼자서나마 여태껏 어머니로서의 책임을 다 한 것은 이미 두 아이들의 마음속에 내면화되어 여성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는 데에 큰 기여를 했다는 자부심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롤랜 김 박사
<임상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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