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축제의 홍수다. 이민100주년, 이민선교100주년, 미주한인교회창립100주년 등등 ‘100’이란 숫자가 사람들을 일년 내내 축제 분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 2월 하와이 호놀루루에서 개최된 한인기독교 이민100주년기념 세계선교대회가 21세기 한민족의 선교 사명을 확인한 축제 시즌의 개막행사라면 앞으로 LA에서 열릴 미주한인교회창립100주년축제는 1세들의 신앙유산을 2세들에게 물려주며 새로운 100년을 기약하는 축제의 커멘스먼트(Commencement)다.
미국에서 졸업을 지칭하는 ‘커멘스먼트(Commencement)’는 시작이란 의미가 강하다. 한 과정의 끝은 또 다른 시작이란 것. 오래 전 졸업식에서 빌 코스비가 축사를 하며 “식장을 나서는 순간 더 이상 공짜란 없다. 부모에게 의존할 생각하지 말라. 지금부터 아파트 렌트도 스스로 내야한다”고 소리친 기억이 난다. 좌중을 웃기려는 빌 코스비 특유의 유머였지만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나갈 졸업생들에게 현실을 직시하라는 일침이기도 했다.
이런 축제 분위기 속에서 미주한인교회창립100주년축제가 둘로 나뉘어 10월과 11월 한 달 간격으로 스테이플스 센터와 LA컨벤션센터에서 각각 개최된다고 발표돼 많은 한인 교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사실상 미주한인교회창립100주년축제라는 게 상업적 이윤을 추구하는 행사가 아니라 입장료를 부과하긴 힘들다. 그렇다면 미주한인교회들이 형편에 맞는 적절한 후원금으로 행사를 준비해야 하는데 3,500개 교회 중에 선뜻 후원금을 낼만한 교회가 과연 몇이나 될까. 그렇다고 일부 대형교회들이 벌여놓은 잔치상에 얼굴만 들이밀고 축하하는 흉내만 낸다면 축제의 본질인 기쁨은 찾기 힘들다.
원래 축제라는 게 아무리 성공적으로 끝내도 뒷말이 남는 법이고 행사 주최측은 재정문제를 제 아무리 깔끔하게 처리해도 투명성 운운하는 말을 듣기 마련이지만 행사를 하기도 전에 기쁨을 아픔으로 바꾸는 열정의 소모만큼은 철저하게 없애야 축제가 즐거워진다. 보여주기에 치우친 행사보다는 실질적인 축제가 모두에게 기쁨을 주는 행사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우리 모두가 축제의 주체’라는 자부심이 느껴져 축하도 해주고 축하도 받는 축제를 손꼽아 기다린다. 축제의 주최가 ‘미주한인교회창립100주년기념사업회’가 됐든 ‘남가주기독교교회협의회’가 됐든, 생존과 성장을 위해 열심을 부리는 한인교회 하나 하나가 축제의 주체라는 사실 하나면 된다.
하 은 선<특집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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