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음 세대에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우리는 이전 세대를 제대로 기억하고 있나?’
올 봄 초기 이민2세들과 3개월에 걸쳐 릴레이 인터뷰를 하는 행운을 잡았다. 그들과 함께 100년의 세월을 넘나드는 시간여행을 할 때마다 위의 두 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지난 2월28일 이민10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 ‘아리랑’시사회장에서 도산의 막내아들 랄프 안씨를 만났고, 그를 통해 수 십 명의 생존 2세를 만나 적지 않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한평생을 살아왔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팔순을 훌쩍 넘긴 초기 이민2세들은 아직도 조국의 광복을 위해 평생을 바친 부모들의 헌신을 뚜렷이 기억했다. 그들의 부모 중에는 안창호, 한시대 선생 같은 거인도 있었지만 대부분 가난한 소작농과 영세상인이었다.
한 이민2세는 “생활이 너무 어려워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돈을 벌어야 했지만, 아버지는 돈이 생길 때마다 지도자들에게 독립자금을 건냈다”고 회상했다. 미 전역에서 빛도 없이 사라져간 초기 이민1세들은 이렇게 후손들에게 기억되고 있었다. 그럼 현 한인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70년대 이후 대량이민 1세대들은 어떻게 역사의 평가를 받을까?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다.
‘우리는 이전 세대를 제대로 기억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도 쉽지 않다. 초기 이민1세는 독립에 헌신했고, 2세들은 온갖 차별을 뚫고 한인의 우수성을 미 주류사회에 알렸다. 하지만 미주한인 이민100주년을 경축한다는 올해에도 이들의 삶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100주년 관련행사에 도산 가족과 몇몇 이민 영웅을 초청해 구색을 맞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최소한 광복절 기념식에서는 총영사, 한인회장, 평통회장이 아닌 독립에 헌신했던 초기 이민자의 후손이 진정한 주인공이 돼야한다. 나아가 선조들의 삶에 대한 재조명도 필요하다. 흩어진 자료를 모으고 연구하는 것은 우리 세대 뿐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 의 헌<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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