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남성이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는 불행한 사건이 또 일어났다. LA카운티 검찰은 지난 23일 버뱅크에서 발생한 한인 여성 피살사건과 관련, 남편 김중명(53)씨를 1급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가정불화가 살인이라는 극한 상황으로 치달은 것은 한인사회에서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90년대 운전중 말다툼을 하다가 30대 남편이 아내를 목졸라 죽인 사건이 있었고, 미국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30대 남자가 미국에 먼저와 자리잡은 아내와 장모를 총격 살해한 사건, 40대 남편이 평소 신앙문제로 갈등을 겪던 아내를 죽이고 자살한 사건 등 비극적인 사건들이 잊힐 만하면 한번씩 터지곤 했다. 부부라는 특별한 인연이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끔찍한 악연으로 막을 내리는 것처럼 불행한 일은 없다.
이번 김씨 부부의 비극은 이민생활 적응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년의 나이에 뒤늦게 이민오면 적응이 빠른 여성이 먼저 자리를 잡으면서 상대적으로 뒤진 남편은 열등감과 가장으로서의 권위가 상실된 듯한 불안감에 심한 좌절을 겪는 일이 많다. 3년전 이민온 김씨 부부의 경우도 남편은 아직 안정된 직업을 갖지 못한 데 반해 아내는 미국 간호사 자격증을 취득, 미국생활의 발판을 마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남편이 가부장적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무력해진 자신의 존재를 힘으로 확인하려 들다보면 가정폭력이 일어나는 것이다. LA 시검찰 가정폭력과에 접수되는 아시안 케이스 중 80%가 한인 케이스일 정도로 한인사회에 가정폭력이 빈발하는 것은 이민 커뮤니티 특유의 적응 스트레스와 무관하지 않다. 여기에 한인남성의 불같이 급한 성격이 합쳐지면 사고 위험은 상존한다고 봐야 한다.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을 바꿀 때가 되었다. 부부 갈등이 하루아침에 살인으로 터지는 법은 거의 없다. 가벼운 손찌검이 주먹질, 주먹질이 발길질로 바뀌는 등 폭력은 더 큰 폭력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거친다. 김씨 부부도 그간 다툼이 잦았으며 그가 아내에게 폭행을 가한 적이 수 차례 있었던 것으로 이웃과 친지들은 진술했다. 피해자나 주위 사람들이 폭력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했더라면 이번 같은 참혹한 종말은 막아졌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가정폭력은 ‘집안일’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하겠다. 엄연한 폭력이고 폭력은 범죄행위이다. 가정문제를 남에게 말하는 것, 남의 가정사에 개입하는 것을 대개 터부시하지만 가정폭력은 예외이다. 가정폭력은 참고 기다린다고 고쳐지는 병이 아니다.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외부에 도움을 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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