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사랑하는 것은 당연한 부모의 도리요, 권리요, 아니 이치이며, 기본이다. 그러나 도무지 말이 안되게 무조건적인 사랑이 있다는 것이다. 자식이 잘못했어도 내 새끼이니까 상대방은 나쁜 놈, 내 새끼는 무조건 옳다고 편들어 끼고 도는 이상한 부모사랑에 자식이 망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분들이 그리 많지 않다.
선교회에 벤츠가 미끄러지듯 들어오며 검은 원피스를 입은 중년의 여자 한 분과 잘생긴 외모에 옷 단추를 적당히 열어놓아 살짝살짝 굵은 백금 목걸이가 인상적인 20대 초반의 건강한 청년이 내렸다. D군의 어머니는 매우 품위있고, 덕망있는 인품을 지니고 계신 듯 했다. 그러나 아들 문제로 속을 많이 태워서 그런지 얼굴에 핏기도 없었고, 매우 말라있었다.
언제나 문제를 달고 다녔다던 D군은 그때그때 용케도 법적으로 잘도 피해 다녔는데 얼마 전 한인타운 식당 파킹장에서 시비가 붙어 다투다가 몸싸움으로 번졌고, 결국 상대방이 머리가 깨지고 갈비뼈와 다리에 금이 가는 일까지 생겼다고 한다. 부모는 그날로 D군을 보석금으로 빼냈고 현재 법원출두 날짜를 기다리고 있는 중에 선교회 재활센터에 입소하면 형기를 면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어떻게 하든 아들을 감옥에 보내지 않기 위하여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D군을 감옥에 보내지 않겠다는 것까지는 이해가 가지만 D군이 때린 상대방을 고소하겠다는 것이었다. 밥을 먹다가 이상스레 쳐다보는 것이 기분 나쁘다고 거의 일방적으로 D군이 때렸다는 상대방을 왜 고소한다는 것인가!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내 자식에게 피해가 있을 까봐 어떤 방법이든 거짓말을 포함하여 상대방 감옥에 넣겠다는 것이 어머니의 의지였고 나에게 그 동안의 노하우로 아이디어를 보태달라는 이야기였다.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상대방과 만나본 적이 없지만, 전후사정을 미루어 보았을 때 상대방보다는 D군이 잘못했다는 것을 경찰리포트뿐만 아니라 D군 또한 자신이 전적으로 시인하고 있었기에, 나는 결코 어머니의 의견에 동조할 수 없었다. 그러자 D군의 어머니는 화가 나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버렸고, 오히려 D군이 자신의 어머니의 무례를 용서해 달라고 하였다.
어떻게 그러한 생각을 하였는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자기 자식이 중요하면 남의 자식도 중요한 법이요, 사람이 양심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 양심까지도 팔아가면서 자식을 지키고자 하는 엄마의 잘못된 아들 사랑에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 수밖에 없었다.
D군의 어머니는 지금쯤 다른 어느 미국 재활원을 알아보는 수고를 계속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에게 의논했던 똑같은 의견을 묻는다면 글쎄, 정상적인 시각으로 과연 비춰질 수 있을지… 자녀에게 다가서는 위험과 실패와 어려움을 부모가 모두 막아주려고 한다면 그것은 자녀를 더욱더 나약한 존재로 스스로 설 수 없는 의존심만 잔뜩 심어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실패도 맛보고, 잘못된 것은 대가도 치르며, 위험의 고비를 지혜롭게 넘길 수 있는 기회를 자녀에게 주는 것이 박사학위 공부시켜주는 것보다도 더욱 중요한 교육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부모는 자녀와 한날 한시에 죽을 수 없으며, 자녀가 어릴 때는 부모가 그늘이 될 수 있지만 부모가 늙고 자녀가 성장했을 때는 자녀에게 짐이 될 수 있으며 오히려 자녀의 그늘에 쉼을 얻을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임을 기억하여야만 할 것이다.
한영호 목사
<나눔선교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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