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기호씨 서니사이드 ‘썬 마켓’ 잿더미. 동생도 대동면옥 불로 가게 날려
"하늘이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어떻게 두 번씩이나 한 가정에 똑같은 고난을 주는 지...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기만 합니다."
지난 21일 오후 퀸즈 서니사이드 41가에서 발생한 화재로 자신이 운영하던 ‘썬 마켓’(Sun Market)이 잿더미로 변해 버린 현장에서 남기호(41·사진)씨는 25일 넋을 잃은 채 연신 담배만 피우고 있었다.
그동안 소방국에서 업소에 접근도 못하게 하는 바람에 불이 난지 사흘 만인 지난 24일에야 업소를 둘러보러 온 남씨는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며 마냥 한숨만 토해 냈다.
남씨가 서니사이드에 청과상을 연 것은 올해로 3년째. 10년 전 미국으로 건너와 그동안 모은 돈으로 처음 차렸던 업소가 바로 ‘썬 마켓’이었다. 비가 오나 눈이오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부인과 함께 새벽부터 밤늦도록 가게를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왔으나 이번 화재로 순식간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것이다. 더군다나 남씨의 막내 동생도 몇 년전 똑같은 비운을 당해 주위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2001년 서니사이드 대동면옥 식당 화재사건 때 대동면옥과 함께 전소된 한인 델리업소의 주인이 바로 남씨의 막내 동생. 당시에도 이번 사고처럼 옆 업소에서 발생한 불로 인해 하루아침에 가게를 잃어버렸던 것.
현재 부인과 함께 6살, 2살 난 아들과 서니사이드에 살고 있는 남씨는 "올 겨울 가게를 잃고 힘들어하고 있는 동생을 도와주려고 했는데... "라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남씨는 한동안 실의에 빠져 있다 최근 뉴저지에 조그만 가게를 열고 재기에 나선 동생을 도와주기 위해 그간 꼬박 꼬박 저축을 해왔다.이번 불로 20만 달러 이상의 피해를 본 남씨는 2만달러 정도의 화재보험금 외에는 어떤 보상도 받을 길이 없는 상태다. 보험금도 시당국과 보험회사의 정밀조사가 완전히 끝난 후에 지급되기 때문에 당장 일을 하지 않으면 생활이 힘든 형편이다.
"지금은 처리할 문제가 산적해 있어 꼼짝달싹 못하는 상황이지만, 정리되는 대로 되도록 빨리 일자리를 찾아 봐야죠". 남씨는 코를 찌르는 매캐한 냄새가 아직도 진동하고 있는 화재현장을 떠날 줄 몰랐다.
<김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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