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결혼생활 10년에 남편은 결혼 초부터 작게 크게 온갖 거짓말로 일관하고, 허구한 날 술과 외박, 그리고 심심찮은 외도에, 툭하면 폭행을 일삼고… 그러나 저는 이혼을 금기시하는 기독교 가정에서 성장한 데다가, 이혼을 하고는 싶지만 교우들을 비롯한 주위의 시선과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혼자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생각으로 결정을 못하고 있습니다. 교우들은 인내하면 남편이 돌아온다고 기다리라는데 저 자신 너무 힘이 들어 계속 이런 삶을 지탱할 자신이 없군요.
<답> 남편의 상습적인 거짓말과 외도, 술 중독 그리고 폭행 때문에 겪고 있는 분노와 좌절감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요? 혼자서는 정말 지금 당장 희망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을 피할 수 없군요. 특히 이혼을 금기로 여기는 문화에서 성장한 이유로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내면의 소리보다는 주위의 시선 때문에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계신 듯하군요.
충분한 자기 성찰 없이 성급히 이혼으로 치닫는 것만이 현명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는 것처럼, 현재의 결혼생활을 대책 없이 유지하는 것도 상대방의 회복에 대한 관심보다는 단지 현상유지만을 목표로, 배우자에 대해 용서할 수 없는 증오심과 적개심만 쌓아가게 되고, 결국 신체적인 병이나 아이들에 대한 이유 없는 분노와 학대, 그리고 자녀들의 미래의 부부관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주게 될 수도 있습니다.
주위의 시선에 신경 쓰기에 앞서 장기적으로 이혼이나 별거의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서 고려해볼 중요한 일들은, 현 상태에서 내가 상대방에 대한 증오보다는 용서하는 마음을 가지고 계속 살 수 있는지, 상대방이 나의 받아들임을 역이용하지 않고 참회를 통해 건강과 성숙을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 나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이혼의 장기적인 효과와 이혼하지 않는 삶이 자녀들의 미래에 끼칠 수 있는 악영향 등을 비교, 파악하는 일이겠지요.
그러나 귀하가 이 시점에서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일은 현재의 문제가 더 이상 귀하와 자녀들의 생활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삶의 보호장치를 개발하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위해 당분간 결론을 스스로 내리게 될 때까지 교회 내의 혼자된 사람들을 위한 지지그룹이나 심리치료 전문가와 함께 고통을 나누며 걸어가는 것이 현명한 일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문제를 새로운 각도에서 볼 수 있는 눈과 힘을 얻게 될 것이고, 어떠한 결론을 내리더라도 남들의 시선보다는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확신을 바탕으로 하게 될 것입니다. 성급히 판단하고 충고하기에 앞서 먼저 이웃의 고통을 이해하고 함께 하는 것이 기독교의 정신이라는 점은 새로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고통을 혼자 짊어지고 사는 것은 심리치료사들도 하지 않는 어리석은 일이란 것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롤랜 김 박사
<임상 심리학>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