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을 통해 수세에서 공세로 역전시킨 작전이 인천 상륙작전과 연결된 9.28 서울 수복작전이었으며, 그야말로 나라의 운명을 기사회생시켰던 대작전이었음을 오늘날 우리는 잊고 있다.
38선으로부터 멀리 낙동강까지 지연작전을 펴며 후퇴를 거듭해 온 국군과 유엔군은 낙동강 전선에서 전력을 재정비하며 반격을 개시하였다. 이와 때를 같이 하여 전격적인 북상을 기도한 유엔군 총사령관 맥아더 원수는 1950년 9월15일 역사적인 인천 상륙작전을 단행하였다. 북한 인민군은 유엔군이 그들의 후방에 상륙해 올 것을 알고 있었으나 대대적인 상륙이 어디에서 있을 것인지를 알지 못하였다. 그들은 상륙작전을 수행하는데 가장 나쁜 조건을 가진 인천이 상륙지점이 될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이 상륙작전 군사령관은 2차 대전시 태평양 상륙전의 명장 도일 해군 소장이며, 작전에는 한국15척, 미국 226척, 영국 12척, 캐나다 13척, 호주 2척, 뉴질랜드 2척, 프랑스 1척 등 총 217척의 함정이 동원됐고, 상륙부대는 한국 육군보병 제17연대와 해병 2개 대대, 미국 육군보병 제7사단과 해병 제1사단, 영국 해병대 등으로 구성된 미 제10군단이 참가했다.
9월12일부터 항공모함 함재기의 서해안 일대 폭격과 13일부터 인천 함포사격이 개시됐다. 15일에는 적을 기만하기 위해 경북 영덕과 전북 군산에 위장 상륙을 감행함과 동시에 새벽 6시35분 첨병부대가 윌미도에 상륙, 28분만에 점령하였으며 주력 부대도 1시간만에 인천을 점령함으로써 인민군은 지리멸렬 괴멸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인천 상륙작전에 성공한 국군과 유엔군은 남하했던 적의 퇴로를 차단하면서 수도 서울을 향해 진격했다. 한·미 육군 보병부대는 관악산을 점령하고 서빙고로 도하하여 남산을 탈환하였으며 미 해병대는 마포로 도하하여 서울에 돌입하고, 한국 해병대는 행주 나루터로 도하하여 연희고지에서 최후 발악하는 적과 조우하여 악전고투 끝에 이를 섬멸한 후 중앙청으로 진입해서 꿈에도 그리던 태극기를 게양했다. 우리 해병들이 중앙청 청사에서 태극기를 게양하던 모습이 사진으로 전 세계에 전송되어 용감무쌍한 해병과 함께 승리의 상징으로 역사에 길이 남게 되었다.
이 중앙청 청사는 일제에 의해 건축된 총독부 건물이라 해서 몇 년 전에 철거해 버렸기 때문에 이제는 매년 거행하던 태극기 게양하는 모습을 재연하지 못하고 사진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 당시 찬반으로 가려 논란이 심했는데 국민적 합의 없이 감정적으로 허물어 버렸다. 그래서 우리 민족이 겪은 일제하의 쓰라린 역사적 교훈의 본거지는 물론 9.28수복의 감격을 되새길 수 있는 상징적인 행사의 원 모습도 볼 수 없게 되어 아쉽다.
독일이 동서로 분단되어 있을 때 자유진영의 서베를린 지역에 2차 대전시 동유럽에서 전사한 소련군의 묘지와 위령비가 건립되어 있는 것을 서독이 잘 보존해 주고 있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소련군 보초가 2시간마다 교대식을 하는데 무릎을 굽히지 않고 수평으로 다리를 올리며 절도 있는 보행은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당시 이 곳이 유일무이하게 소련군을 육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창구가 되어 자유진영의 관광객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엄청난 관광수입의 자원이 되었다고 한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사람이 번다하는 우리 속담이 여기에 부합되는 것 같아 게르만 민족의 지혜의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튼 53년 전 전쟁발발 3일만에 수도 서울이 함락되고 수복되기까지 공산 치하 3개월 동안 조부모와 부모의 세대가 겪었던 공포, 기아, 고통은 어찌 말로 다 표현하겠는가.
한낱 유행가로 여길지 모르지만 ‘단장의 미아리 고개’에 처참했던 단면이 함축되어 있다. 간접체험이 될지 모르지만 노래방에 가서 불러 보는 것도 맥과이어 교수의 ‘접종이론’(inoculation theory)과 같이 공산주의 감염에 대한 저항력 또는 면역성을 길러주는 뜻 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박종식/예비역 육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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