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말로 `존 오차니안, 선생님/강사’라고 또렷이 인쇄된 명함을 내미는 은색머리의 미국인 남자 선생님.
명함에 쓰여진 그대로 그의 이름은 존 오차니안(56·사진) 씨이다. 뉴욕시 특수고교 중 하나인 라과디아 예술고교에서 지난 26년간 근무해 온 화학교사이기도 하다.왜 한글 명함을 가지고 다니느냐는 질문에 그는 한인 학부모와 학생과 가까워지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아르메니아 이민자 출신 부모 사이에서 브롱스에서 출생한 그는 동네 최초로 밤늦게까지 문을 열고 열심히 일하는 그로서리 가게의 한인 주인들을 보고 그 성실성에 반해 동양인에게 관심을 갖게 됐고 급기야 플러싱으로 이사까지 온 특이한 인물.
덕분에 40대 나이에 늦장가 든 그의 아내도 중국인 2세로 뉴욕시 공립고교 최초의 중국인 교장(존 바운 고교)으로 유명한 준 루이 오차니온씨다.
한국어는 한인 제자들에게서 배운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 밖에 모르지만 한글 명함을 가지고 다닌 지는 벌써 2년째다.
한인을 만날 때면 으례 한글 명함을 자랑스럽게 꺼내 놓는다. 그는 한인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지만 가부장적인 아버지, 일만 하는 부모와의 심리적 거리감 등 가정문제로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특히 한국에 부모를 둔 조기유학생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안타깝다고 고백했다.
중국인 교회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이단 종교의 위험을 알리는 강사로 플러싱 일대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오차니안 교사는 언젠가 한인교회에서도 강의할 기회가 오길 기대하고 있다.
슬하에 자녀가 없어 제자들이 모두 아들·딸 같다는 그는 이민 온 한인학생들이 성급히 미국화가 되려하기보다는 한국의 고귀한 전통의 가치관을 간직하며 미국 땅에서 성장해 주길 거듭 당부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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