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해결할 일이 많아 여러 가지로 마음이 복잡하다. 그중 하나는 12학년이 된 큰 아이의 대학준비 문제다. 지난 토요일에는 새벽 4시에 일어나 공항으로 가서 비행기를 타고 미시간 앤아버에 있는 대학 오픈하우스에 다녀오기도 했다. 마침 그 날이 미시간 대학과 노터데임 대학의 풋볼경기가 있는 날이라 캠퍼스 전체가 축제 분위기로 들썩이고 있었다.
학교 설명회에서 진행자가 어디서 왔는지 물어본다. ‘뉴욕에서 온 팀은 우리뿐일 걸’ 했는데 웬걸? 콜로라도, 사우스캐롤라이나, 뉴욕, 뉴저지 등 미 전역에서 몰려왔다. 아이는 미시간 약대 건물 사진을 찍고 뉴미시간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도 사는 등 다소 들뜬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뉴욕에서 차로 10시간 이상, 비행기로 디트로이트 공항까지 한시간 반, 거기서 다시 택시뿐인 교통수단으로 30분 가량 가는 캠퍼스, 더구나 눈이 얼어붙어 있는 겨울이 1년 중 6개월이라는데, 정말이지 그 곳으로 보내지 않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친구도 요즘 아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학교 성적 최우수, SAT 성적 최우수, 기타 과외활동 및 봉사활동도 최고 점수를 가져 동부 아이비리그 대학을 너끈히 들어갈 만한 아이가 지난 여름방학 동안 오케스트라의 유럽 연주여행을 다녀오더니 굳이 대학에 가야 하냐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제기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공부 열심히 하고 부모 말도 잘 들었으니 대학 가기 전에 다른 세상 좀 보고 오라고 보냈단다. 그랬더니 아이는 엉뚱하게도 길거리에서 연주하는 그룹을 보고는 ‘삶은 이렇게 자유롭게 사는 것’이라며 깊은 감명을 받아 매일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고 그런 모임을 같이 할 동지를 찾고 있어 부모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번에 아이를 대학에 보낸 부모는 빈 둥지 증후군을 앓고 있기도 하다. 아이의 빈 방을 보며 훌쩍거리다 종내는 아이 있는 곳의 직장을 찾고 있기도 한다. 철없는 엄마는 ‘엄마가 휴직하고 그 곳에 가서 밥해 주며 학교 졸업할 동안 살면 안될까? 학교 평생교육원 강의도 들으면서 말야’ 하고 넌지시 건네 보지만 아이는 대번에 ‘노우! 엄마 노우!’ 하며 매몰차게 거절했다고 한다.
남자아이라면 멀리라도 보내겠는데 여자아이가 그렇게 멀리, 성격이 활달하지도 않고 몸이 약해서 감기도 잘 걸리는데, 아프면 죽 끓여줄 사람 하나 없고 하면서 징징대자 어려서 혼자 유학 와 뉴욕에서 공부한 한 친구는 왜, 그 아이 지병이라도 있니? 결혼도 시키지 말지 그래. 그냥 끼고 살던지 무조건 자기가 가려고 하는 곳으로 보내 하고 야단을 쳤다.
대학에 가면 졸업 후 직장을 찾아 다른 주로 가기도 하고 결혼하면 어차피 따로 살게 될텐데 아마 대학 기숙사로 가는 그 길이 부모의 둥지를 떠나 스스로 제 길을 가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1년 후 기숙사로 짐을 싸서 가는 아이를 배웅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허전하다. 뭐 이것뿐이겠는가? 노부모가 언제 내 곁을 떠날지 모르는데, 나는 과연 한 분 남은 아버지, 혹은 어머니에게 잘하는가? 그분들이 영원히 가신 후 후회하지 말고 계시는 동안 효도 한번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민병임/뉴욕지사 편집부국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