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아가라 폭포의 멋은 어둠 속에서 더욱 돋보인다. 폭포 정면에는 물줄기를 옆에 끼고 넓은 차도가 시원스럽게 달리고 폭포 쪽 차도 주변에는 허리 이만큼 쌓아 올린 돌담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작은 바위들을 쌓아 만든 돌담 덕분에 인위적으로 가꾸어 놓은 폭포 주위가 천연적으로 보인다.
구월 초의 늦은 밤은 겨울밤처럼 차갑다. 돌담을 따라 어깨를 움츠리고 걸으며 폭포를 구경한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사진이나 그림에서 본 것처럼 단일폭포가 아니다. 세 개의 폭포로 이루어져 있음을 직접 보고야 알게 된다. 그 중에 유난히 폭이 넓은 것이 눈길을 끄는데 눈에 익어 보인다. 말발굽 폭포라고 부른다.
폭포 셋은 모두 무지갯빛이다. 속살이 비치는 무지갯빛 잠옷을 걸친 듯이 보인다. 넘실거리는 물 주름살이 한 올 한 올까지 세밀히 드러나 보인다. 거친 폭포의 야성도 무지개가 감싸주어 유순히 길들여진 것처럼 느껴진다. 폭포는 무지개 꿈을 한창 꾸고 있는 중이다.
밤에 핀 무지개는 인조물이다. 폭포 맞은 편에 장치 된 조명등에서 색색의 불빛이 쏟아진다. 조명등 하나의 밝기는 촛불 만 개를 켜둔 밝기와 같다고 한다. 조명등의 불빛들이 물줄기에 흡수되어 만들어내는 무지개는 자연스럽지 못한 화려함 때문에 퇴폐적으로 느껴진다.
돌담 아래를 잠시 내려다본다. 폭포의 아랫도리는 어둠 속에 가려있고 바닥에 부딪히는 물소리만 깊은 나락에서 울리 듯 음울하게 들린다. 음향이 은은한 것으로 미루어 바닥은 지극히 깊은 듯 싶다.
돌담은 폭포들이 자리잡은 길이에 맞도록 만들어져 있다. 돌담 왼쪽 끝에서 출발하여 십오분 정도 걸으면 오른쪽 끝에 도착한다. 폭포 관광의 종점인 듯한 오른쪽 끝에 와보니 미리 온 관광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대단한 볼거리가 있음직 해 보여 기대감이 솟는다.
셋 중에 규모가 가장 큰 말발굽 폭포가 여기서 보니 손에 잡힐 듯한 거리에 있다. 쏟아지며 퉁겨낸 물보라는 기둥처럼 높이 솟고, 우르릉거리며 달려드는 폭음에 고막이 멍멍하다. 물보라 속에 걸려있는 무지개는 휘적이는 찬바람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다. 물보라 때문에 주위의 아스팔트는 축축이 젖어있다
가까이에서 본 말발굽 폭포는 한 눈에 다 볼 수 없을 만큼 장대하다. 고개를 돌리며 천천히 훑어보니 위쪽에는 호수처럼 넓은 나이아가라 강물이 깊은 잠에 빠져있다. 폭포는 가로로 곧게 뻗어있지 못하고 안쪽으로 약간 둥근 모습이 말발굽 뒤축을 연상시킨다. 말발굽 폭포라는 이름이 제격이다.
강물 끝머리 부분이 직각으로 꺾어진다. 칼로 베어낸 듯이 다듬어진 폭포는 미리 설계된 청사진에 따라 깎아진 것처럼 반듯한 모양이다. 정면 모습은 수백 수천의 영화 자막을 이어놓은 듯이 보여 금시라도 외계의 신비한 영상이 물 자막에 비쳐날 것 같다
차를 타고 자리를 옮긴다. 여기서 조금 떨어져 있는 언덕 위에는 스카이 타워가 높이 솟아 있다. 가장 높은 곳에 오르니 나이아가라 시가지의 야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도시 반대쪽으로 광야는 어둠에 눌려 있고 폭포 셋 만이 환히 드러난다.
위에서 내려다 본 폭포는 모습과 색깔이 전혀 다르다. 모습은 음산한 대지 위에 붙박이 해둔 창문 같다. 대패로 밀어서 만든 것처럼 직사각 모양을 하고 있는 데 폭포의 크기대로 자로 재어 만든 것 같다
폭포의 색깔은 눈처럼 희다. 희다 못해 푸른 기운까지 감돌아 으스스한 느낌마저 든다. 인조 무지개 색깔이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흰색으로 보이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밤이면 폭포는 우주를 향해 창문을 열고 눈빛 불을 밝혀두나 보다. 폭포 야경은 광야에 걸어 둔 한 폭의 몽상적 그림이다……
강치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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